"연말까지 현안 파악" 예상 깨고 대외활동 본격화
구본준 부회장 계열분리도 어느 정도 가닥 잡힌듯

LG그룹 지주회사인 ㈜LG(003550)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구광모 회장이 최근 들어 대외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구 회장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경영권을 물려 받아 최소한 연말까지는 그룹 현안 파악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대외 활동에 나서면서 ‘새로운 LG’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구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갖고 계열분리를 할지에 대해서도 대강 윤곽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오른쪽) LG 회장이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수행원 자격으로 18일 북한을 방문하는 구광모 회장은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대외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12일에는 서울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고, 전날에는 경기도 안양에 있는 LS그룹을 찾았다. LG사이언스파크는 혁신을 강조했던 구본무 회장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찾았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던 곳이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행선지로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미래 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R&D) 현황을 점검했다.

LS그룹을 방문해서는 집안 어른인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균 LS산전회장,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 등을 만났다. LS그룹은 LG그룹에 있었던 LG전선, LG니꼬동제련, 극동도시가스, LG칼텍스가스 등이 계열분리돼 만들어진 그룹이다. 2004년 LG전선그룹으로 출범했고 이듬해 3월 현재의 LS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다. 구자엽 회장 등은 구 회장에게는 할아버지의 사촌 형제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공식 외부 활동을 시작한 것을 두고 그룹 현안 파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29일 구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LG는 "상당기간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밝히며 "최소한 연말까지는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했으나 취임 100일도 안돼 대외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잠잠했던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LG 내부에서는 한때 조기 인사설이 돌기도 했다. LG는 통상 10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계열사별로 업적보고회를 진행한 뒤 11월 말쯤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데, 올해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기 인사설이 잠깐 돌았으나 지금은 다시 잠잠해졌다"고 했다.

또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물러나기로 한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에 대해서도 집안 차원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는 말도 나온다.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는 총수의 장자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면 총수의 형제들은 일부 회사를 갖고 나와 독립해왔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도 올해 연말 LG에서 물러나면 일부 계열사를 떼어내 계열분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취임 초반에는 구본준 부회장이 어느 계열사를 갖고 분리할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집안 어른을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LG와 LS 측은 "취임 이후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차원이다. 확대해서 해석할 부분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