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준프리미엄·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LG전자(066570), 소니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가 점유율 경쟁보다는 수익성에 무게중심을 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 1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5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5인치 이상 TV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점유율 19%)에서 기록적인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005930)가 1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팔아치운 TV는 약 220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6만대에 불과했었다.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시장에서의 매출이 무려 5배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저조한 영업이익률에 시달리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연간 이익률 회복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이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8 행사에서 삼성전자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TV 판매량은 시장 성장률에 크게 못미쳤다. 올해 상반기 세계 TV 판매량은 동계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지만, 이가운데 삼성전자의 TV 판매량은 오히려 -3%를 나타냈다. 중국계 TV 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대대적인 TV 물량 경쟁이 벌어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한발 물러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중국계 기업들과의 물량 경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2년 연속으로 세계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소니, LG전자 등의 TV 사업 이익률이 1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3~4%에 머물렀던 건 점유율 수성을 위해 30~40인치 TV 시장에서 중국계 기업들과 출혈 경쟁을 벌인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말 김현석 사장이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에 오른 이후 TV 사업의 전략적인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물량 경쟁에서 뒤처지고 점유율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브랜드 파워와 수익성을 더욱 탄탄하게 다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애플 아이폰을 보면 세계 스마트폰 매출의 15%에도 못미치는 수준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익점유율은 무려 80%에 육박한다"며 "애플은 끊임없이 고급화 전략을 강화해왔고 결과적으로 그 전략이 브랜드 파워를 차별화하는 원천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TV 시장에서 중국계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삼성전자 역시 올 들어 본격적으로 브랜드 파워와 수익성의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계 기업들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TV 기업들의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이 최근 수년간 빠른 속도로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략이 절실해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기반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상향평준화되면서 TCL, 스카이워스 등 중국계 기업들이 보급형 TV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TV 시장에 서서히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기업들은 또 중국 내수 시장을 벗어나 미국, 동남아 등지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