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공포·시행할 예정인 '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두고 벤처 업계가 시끄럽습니다. 정부가 올해 들어 숙박업, 골프장, 노래방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벤처 인증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정작 새롭게 떠오른 최신 기술인 블록체인·암호 화폐를 벤처 인증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초 입법 예고 완료한 개정령(안)에서 벤처 제외 업종으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추가했습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 화폐를 사고팔거나 중개하는 기업은 정부가 벤처기업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벤처기업을 인증해 창업, 상장, 세제, 특허,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주는데 일부 문제가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이런 혜택을 못 받게 제외합니다. 현재 벤처가 될 수 없는 업종은 유흥업(술집), 무도장(나이트클럽), 사행 시설(도박 시설)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숙박업, 건물임대업, 골프장, 노래방, 미용업, 목욕탕, 마사지업 등도 제외 업종이었지만 올 5월에 규제 완화 덕분에 대거 풀렸습니다. 기술 혁신 시기에 모든 분야에서 새 아이디어와 기술의 벤처가 나오게 지원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령(안)대로라면 암호 화폐 거래소뿐 아니라 블록체인·암호 화폐와 관련된 산업도 벤처 인증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기술이 한국에서는 도박장·술집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지요. 블록체인 스타트업 관계자는 "암호 화폐 거래소가 아니라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다 보면 일부 암호 화폐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번 조치는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한국핀테크학회 등 주요 협회와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기부 측은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투기 과열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을 막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 신기술 등장 때마다 일단 규제부터 먼저 하려는 정부 관행이 드러난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