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 안되는 점포를 다 안고 가기 어렵습니다."

작년 울산 학성점·서울 장안점에 이어 올해도 매장 2곳을 폐점한 이마트 측은 최근 잇따른 점포 정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형마트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지난 6월에는 롯데마트 동대전점이 문을 닫았다.

반면 요새 백화점들은 손님이 몰려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백화점 매출은 작년보다 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매출이 같은 기간 2.5% 줄어든 것과 반대였다. 중저가 상품을 파는 대형마트는 매출이 줄고, 고가품을 파는 백화점은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백화점·대형마트의 매출 증가율 차이는 서울과 지방 등 지역에 따라서도 양극화된 모습을 보였다.

유통업체 매출 지역 따라 양극화

올해 1~8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 증가율은 7.0%에 달했지만, 서울 노원점은 절반(3.5%)이었다. 지방은 차이가 더 커 부산 광복점의 매출 증가율은 1.6%에 그쳤다. 백화점 매출 증가를 견인하는 명품 매출로 따져보면 격차는 더 컸다. 같은 기간 잠실점의 명품 매출은 32% 증가했다. 노원점은 9.1%, 광복점은 3.2% 수준이었다.

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15년 7.7%였던 롯데백화점의 가전 매출 증가율은 올해 1~7월 20.3%로 급증하며 백화점의 전체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매출 증가율은 8.7%였지만 미아점은 2.1%, 울산 동구점은 1.0% 수준이었다. 김준영 현대백화점 상무는 "소비자의 주머니가 커진 탓이 크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의 연간 쇼핑 금액 상위 1% 고객들이 쓰는 돈 역시 같은 기간 11.1% 늘었다.

이런 추세는 수년간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현대백화점 수도권 점포(서울·경기 지역)와 비수도권 점포 간의 매출 증가율 격차는 2015년 0.6%였지만, 올해 1~7월 3.8%로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의 수도권·비수도권 매출 비중 격차도 29.8%에서 32.4%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도 원인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주가가 급등했을 때 고급 주점 매출이 오르는 것 같은 '기분 호전 효과(Feel Good Effect)'가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것"이라며 "부동산 외에는 월급이 크게 오르거나 경기가 호황을 맞는 등의 호재가 없었다"고 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부동산을 통해 자산 상승 효과를 본 일부 고소득자들이 소비를 늘렸을 수 있다"고 했다. 지역별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에도 차이가 있었다. 2015년 -2.9%였던 롯데마트 서울·경기 지역 매출 증가율은 3일 기준 1.5%로 회복됐다. 반면 같은 기간 충청·호남 지역은 -2.4%에서 -2.1%로 줄곧 줄었다.

'소득 양극화'의 그늘…백화점 매출은 늘고, 대형마트는 정체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가구 소득 최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보다 8% 줄었다. 그러나 소득 최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3% 늘어났다. 소득 격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최고로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 업체의 매출 변화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명품이나 프리미엄 가전·가구 등을 파는 백화점 매출은 늘지만, 생필품·저가 상품을 파는 대형마트 매출은 줄어든 것이다. 2015년 1.0%였던 롯데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올해 1~7월 3.5%로 늘었다. 이선대 롯데백화점 상무는 "고급 프리미엄 가전이 성장세에서 한몫했다"고 말했다. 2015년 7.7% 매출이 늘었던 가전의 경우 올해 1~7월 성장률이 20.3%까지 치솟았다. 고급 가전은 소득이 오르면 먼저 사는 내구재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매출 증가율도 0.5%에서 3.8%로 늘었다. 현대백화점 가구·가전 등 리빙 카테고리 매출이 7.3%에서 20.1%로 크게 증가한 덕분이었다.

반면 롯데마트의 경우 줄곧 역(逆)성장하고 있다. 2015년 -2.8%였던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0.8%에 이어 올해도 -1.2%를 기록 중이다. 주로 패션·잡화(-4.5%)와 기저귀·세제·가정용품 등 일상용품(-3.2%)에서 매출이 많이 빠졌다. 롯데마트는 "일상용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경우가 늘면서 매출이 줄고 있다"고 했다. 올해 7월 기준 온라인 쇼핑 매출은 작년보다 17.8%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는 침체되고 상대적 소득은 줄어드는데, 먹을 것은 줄일 수 없으니 매일 쓰는 상품과 의류 소비를 줄이는 등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