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산업은행 한 임원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소설을 썼다. 멀쩡히 기업을 잘 운영하던 오너가 컨설팅 회사 출신 검은머리 외국인을 알게 되고, 그에게 흠뻑 빠져 건설사와 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 결국 법정관리에 가게 되는, 한국에서는 아주 흔한(?) 대기업 이야기.
소설은 금호그룹과 웅진그룹, STX그룹 등의 사례가 짬뽕돼 있다. 소설에서 소개된 사건·사고는 대부분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소설에서 오너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뒤치다꺼리를 맡았던 재무 책임자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올라선다. 다만, 이 부분은 현실과 좀 다르다. 국내 대기업 중 M&A에 대한 실패의 책임으로 뒤로 물러난 오너는 없거나, 최소한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오너는 기업이 다시 숨을 좀 쉰다 싶으면, 재기를 노린다. 박삼구 금호 회장은 금호산업을 인수했고, 금호타이어(073240)인수를 추진했다. 윤석금 웅진(016880)회장은 코웨이(021240)를 다시 찾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한번 무너졌으니 이제 다 포기하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것은, 재건하겠다는 것은 사업가가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욕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너의 꿈 때문에 일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전날 학습지업체 웅진씽크빅(095720)은 코웨이 인수를 위해 16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25.3% 떨어졌다. 코웨이는 현재 시가총액이 7조원이다. 웅진이 코웨이를 다시 찾으려면 얼마나 조달해야 하는 것일까.
주식 투자도 결국 오너와 '코드'가 맞아야 한다. 오너는 잃었던 기업을 되찾는다는 생각에 뭉클할 수 있지만, 씽크빅의 기업가치만 보고 접근했던 투자자들은 허망할 뿐이다. 일부 기업은 가까스로 M&A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주들은 답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