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견·중소기업 97%가 AI(인공지능) 기술을 5년 이내에 도입할 계획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은 국내 중견·중소기업 102곳을 포함해 전 세계 33개국 2766개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 1~3월 ‘글로벌 성장 바로미터(Global Growth Barometer)’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언제 AI를 도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내 응답 기업 97%가 "5년 이내"라고 답했다. 글로벌 기업(90%) 대비 높은 수준이다. 특히 2년 이내에 AI 기술 도입을 원한다고 응답한 중견·중소기업은 국내 87%으로 글로벌 기업(67%)보다 많았다.

또 국내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요인을 기술(36%), 규모의 경제(31%), 공급망 효율(20%), 기업 문화(7%), 직원 재교육(6%) 순으로 꼽았다. 글로벌 기업인들은 기술과 규모의 경제를 같은 수준(27%)으로 중요시했고,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한국 기업인들보다 높게(16%) 여겼다. EY한영 측은 "한국 중견·중소기업의 첨단 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가 생산성 향상 요인에 관한 조사에서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답한 중견·중소기업인들의 69%는 인재 확보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다양성 확대를 꼽았다.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디지털 역량을 보유한 젊은 인재를 확보해, 조직 문화를 디지털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이들 기업 중 51%는 향후 12개월 동안 정규직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들의 41%가 "전체 사업에 쓰는 시간을 10으로 봤을 때, 미래 성장 전략 구상에 4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불과 24%만이 4의 시간을 미래 성장 전략 구상에 투자한다고 답했고, 현재의 비즈니스에 8을, 미래 비즈니스에 2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답한 비율이 34%에 달했다. 미래 성장 전략 구상에 시간 배분을 늘린 비율이 지난해 대비 약 1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국 중견·중소기업들은 성장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신규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한국 기업(28%)이 신규 해외 시장 진출을 꼽았다. 기존 상품의 이윤을 높이는 방안을 꼽은 기업은 두 번째로 많았다(25%). 글로벌 기업의 경우 기존 상품의 이윤 증대가 30%로 1위, 신규 해외 시장 진출이 20%로 2위였다. 국내 기업은 또, 20%가 인수합병(M&A)을 성장 전략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의 17%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박남수 EY한영 파트너는 "한국 중견·중소기업들은 해외시장진출을 최우선 성장전략으로 꼽았고, 이에 상응해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가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성장목표 달성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조속한 AI 도입, 디지털 친화적 젊은 인재 확보, 미래 성장 전략 수립에 시간 투자 증가 등에서 한국 중견·중소기업인들이 전 세계적인 디지털화(Digitization) 흐름에 동참하고자 하는 열망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