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올해 1~2분기 역대 최악의 소득양극화 지표가 나온 '가계소득동향'에 표본 오차가 있다는 주장이 일자 개편에 나선다. 지난해부터 분리한 가계동향 조사의 소득과 지출 부문을 다시 합치고, 조사 방식과 표본도 재설계하는 것이다. 국민의 소득·지출 지표의 기본이 되는 가계동향조사가 1년 만에 또 뒤바뀌면서 누더기 통계 논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통계청 관계자는 29일 "통계청 내년 예산에 가계동향조사의 소득과 지출 부문을 다시 합치고 6개월 단위로 조사를 하는 등 표본을 재설계하는 개편안에 대한 예산이 편성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 2003년부터 분기 마다 가계동향 조사를 발표했다. 가계동향조사엔 소득과 지출 현황이 함께 담겼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가계동향조사 통계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가계동향조사는 표본이 된 가구가 36개월 동안 직접 가계부에 소득과 지출을 기록해 통계청에 제출하는데, 이렇다 보니 고소득층이 소득과 지출을 누락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통계청은 올해부터 가계 소득 지표는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1년 마다 집계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로 대체하고,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은 폐지할 계획이었다. 가계동향조사의 지출 부분만 별도로 분리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을 중심으로 소득 주도 성장 홍보를 위해선 분기별 공표되는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을 폐지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통계청은 가계동향 조사 소득 부문 폐지를 철회하고 지난해부터 표본 가구수와 조사 방식을 개편해 통계 작성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가계의 소득과 지출 통계가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소득)와 연간 가계동향조사(지출)로 나눠서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올해 1~2분기 발표된 가계동향조사(소득)에 '표본 오차' 논란이 일자 또 다시 개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배경엔 청와대와 여권의 압박이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올해 1~2분기 가계소득동향(소득 부문)의 소득 양극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1분기 5.95배, 2분기엔 5.23배로 역대 최악을 기록하자 표본 오차를 지적하고 있다. 가계동향조사(소득)에 사용되는 표본이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년 대비 소득 증감율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논리다.

통계청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가계동향조사를 개편 전으로 되돌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가계동향조사(소득)과 가계동향조사(지출)을 다시 합치는 것이다. 또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은 지난해 부터 가계부 방식에서 면접 조사 방식으로 바꿨는데, 이 또한 기존의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대신 가계부 방식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사 기간을 6개월 단위로 쪼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계청은 내년 시험조사를 거쳐 오는 2020년부터 통합된 가계동향조사를 공개할 계획이다.

국민의 소득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이같이 1년 만에 계속 뒤바뀌면서 '누더기 통계'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통계청은 지난 주말 청장이 갑자기 교체되면서 중립성 훼손 논란도 일고 있다.

가계동향 조사의 분리된 소득 부문과 지출 부문을 합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 후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부분은 분기별, 지출 부문은 연간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울러 통계가 작성돼 공개되는 기준도 소득 부문은 2인 가구 이상, 지출 부문은 1인 가구 이상으로 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