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올 하반기 국내외에서 유망한 젊은 혁신 기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직접 투자를 단행하고, 미국 실리콘밸리나 판교 등 주요 거점에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찾는 일만 도맡는 인력을 전진 배치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작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직접 챙겨온 핵심 과제들이다. JP모건 등 글로벌 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혁신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옛날 방식으로는 혁신 기업 투자 못해"

우리은행은 우선 9월 초 국내의 혁신 기업 20곳을 선발해 기업 한 곳당 최대 10억원씩 200억원 안팎을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기업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거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와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등에 투자한다. 지난 6월 말 창업 7년 이내의 벤처,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개 모집에 250개 기업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외부 기업에 투자할 때 펀드에 자금을 넣는 방식으로 간접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직접 기업을 선발해 투자하는 방식을 썼다. 직접 투자는 간접 투자보다 위험 부담은 크지만 기업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투자 기업이 성공할 경우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행장이 취임한 후 혁신 기업 직접 투자가 가능하도록 6개월 이상 내부 시스템을 손봤다"며 "위험한 투자라고 움츠리는 옛 방식으로는 혁신 기업 찾기에 나설 수 없다고 보고, 고의나 과실이 아닌 이상 혁신 기업에 투자해 손실이 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술을 평가하고 향후 산업 전망을 예측하는 전문가 약 30명으로 꾸려진 '혁신성장센터'를 신설해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도 그 중 하나다.

또 하반기에는 직원들이 직접 혁신 기업 발굴에 나선다. 판교테크노밸리 등 젊은 기업이 몰린 지역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에 혁신 기업 발굴 업무를 전담하는 지점장급 간부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직접 투자도 추진

우리은행은 또 하반기 중에 해외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도 물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지 기업에 직접 투자한 후, 이 회사에 직원을 파견해 근무시키면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 트렌드 변화를 모니터하고 투자할 기업을 더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은행들이 10여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시도를 해왔다. 손태승 행장이 2006 ~2010년 LA지점장을 지내는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은행과 기업이 시너지를 내는 것을 직접 본 것을 계기로, 취임 직후부터 우리은행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JP모건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혁신 기업 투자 거점을 마련하고, 생명과학, 미디어,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에 정통한 은행원들을 파견해 현장에서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가 된 '우버'에 2011년 3700만달러 규모 직접 투자를 했다. 우버가 창업한 지 약 2년 만의 일이었다. 지금 우버의 기업 가치는 700억달러 안팎에 이른다. 그 밖에도 골드만삭스는 파일 공유·저장 서비스 업체인 '드롭박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 등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대표 기업들 상당수에 조기 투자해 성과를 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혁신 기업 발굴은 은행이 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통로"라며 "전통적인 이자 수익에만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