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서 BMW 차량은 거래가 실종됐다고 보면 됩니다."

서울 강서구의 중고차 시장에서 일하는 딜러 함모씨(38)는 24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함씨는 "잇따른 화재사고로 BMW 중고차 매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며 "그나마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지나치게 싼 값에 사기를 원해 거래가 거의 성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BMW 서비스센터 주차장에서 점검 대기 중인 차량들

지난달부터 40여차례에 걸쳐 발생한 화재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BMW가 중고차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계속된 불로 BMW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디젤차 뿐 아니라 부품 결함과 상관이 없는 가솔린 모델까지 거래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24일 중고차 매매사이트인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달 BMW 520d 2015년식 중고차의 월별 시세 평균은 3684만원으로 지난해 말 가격인 4079만원에 비해 9.7%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2015년식 E클래스 W212 가솔린 모델의 중고차 시세는 4211만원에서 3859만원으로 8.4% 떨어졌다.

신차 가격에 대한 중고차 가격의 하락 폭을 나타내는 지표인 감가율은 역시 2015년식을 기준으로 BMW 520d가 이달 41.8%, 벤츠 E클래스 W212 가솔린 모델은 36.7%로 각각 나타났다. 지난해 말 520d의 감가율은 35.6%, E클래스 W212 가솔린 모델은 31%였다. 두 모델의 감가율 차이가 4.6%p에서 5.1%p로 커졌다.

SK엔카닷컴 관계자는 "BMW와 벤츠의 중고차 시세와 감가율 차이가 생각만큼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면서 "문제는 BMW 중고차가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거래 자체가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엔카닷컴에 따르면 26일 현재 BMW 5시리즈(2010년~2016년 제작 기준)의 중고차 매물은 1467건이 등록돼 있다. 벤츠 E클래스(2009년~2017년 제작 기준)의 등록 매물은 1129건이다. SK엔카닷컴 관계자는 "화재사건 이전에는 BMW 5시리즈의 등록매물이 벤츠 E클래스보다 100~200건 많았는데 이달 들어 갑자기 매도건수가 늘면서 차이가 300건 이상으로 훌쩍 벌어졌다"고 말했다.

SK엔카가 운영하는 '홈엔카 내차팔기서비스'의 접수량을 보면 BMW의 리콜 발표가 나온 후인 지난달 24일부터 한 달간 BMW 차주들의 매도 문의건수는 2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0건에 비해 64.3% 증가했다. 특히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520d의 매도 문의는 지난해 23건에서 올해 58건으로 152.2% 급증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BMW의 거래가 위축되면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나 동호회 등을 통해 매도를 문의하는 BMW 차주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최대 BMW 인터넷 동호회인 'C' 카페는 25일 하루 동안 차량의 매도를 희망하는 글이 수십여건 올라온 반면 매수를 원하는 글은 3~4건에 불과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매도 문의가 크게 늘었지만, 실제 매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고차 시장에서 BMW의 거래는 예전에 비해 그리 활발하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