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불황에도 실적이 좋은 비결이요? 다들 저가(低價) 제품을 만들 때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를 뒀습니다."

지난 24일 인천 남동구 에몬스가구 본사에서 만난 김경수(65) 창업자 겸 회장은 "최근 1인 가구를 겨냥하는 저가형 가구가 대세라는데, 우리는 그 트렌드를 따라잡을 생각이 없다"며 "저가형 가구를 남발하지 않은 덕에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라고 했다.

24일 인천 남동구 에몬스가구 본사 전시장에서 김경수 에몬스가구 창업자 겸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에몬스가구는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저가(低價) 가구와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에몬스가구는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인 9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 기간(724억원)에 비해 20%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경기 불황 영향을 받아 다른 주요 가구업체의 실적이 10% 전후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김 회장은 "지금 에몬스가구를 보면 불과 14년 전 부도 직전까지 갔던 회사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라며 "회사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도 제품 품질을 포기하지 않아 생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암흑기에도 통했던 '프리미엄 전략'

지난 2004년 에몬스는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3년 연속 적자에 이어 직원들 월급도 제때 주지 못했다. 그런 에몬스가구를 일으켜 세운 제품은 2005년 출시한 '루이스 소파'였다. 천연 소가죽을 쓴 200만원짜리 프리미엄 제품이었다. 김 회장은 "한국 사람들은 결혼이나 이사 등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가구를 산다"며 "경제가 힘들어도 소비자들은 좋은 가구에 지갑을 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루이스 소파는 출시 1년 만에 당시 회사 전체 시판 매출의 6%에 육박하는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회장은 "그 후 불경기에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며 "그래서 제품을 직접 만지고 볼 수 있는 오프라인 사업에 더 사활을 건다"고 했다. 현재 에몬스가구의 오프라인 대(對) 온라인 가구 판매 비중은 8 대 2다. 올 들어 30개 오프라인 점포를 새로 열어 대리점을 150여 개로 늘렸다. 작년부터 1000㎡(약 300평) 이상 대형 체험관 겸 매장으로 새롭게 문을 연 대리점도 전국에 8곳에 달한다. 모바일 시대에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다른 가구업체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 회장은 "오프라인에서 품질을 비교해본 고객은 저가 제품을 구매할 리가 없다"고 자신했다.

첨단 기술도 빠르게 받아들여

김 회장이 불황에도 호실적을 내는 또 다른 비결은 제품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는 것. 김 회장은 "빌트인(붙박이 가구) 트렌드로 장롱·옷장이 안 팔리기 시작했을 때는 과감하게 소파·침대에 투자했고, 앞으로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접목시키겠다"고 했다.

에몬스가구는 올 가을에 AI가 수면의 질을 진단해주고 자동으로 자세를 교정해주는 모션베드(전동 침대)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조작하는 전동 소파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신발장, 옷장 등에도 스마트 기능이 내장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 회장은 "중국 옌지, 선양 등 도시에 대리점 3곳이 곧 추가로 열린다"며 "어려운 시기에 폭발적인 성장은 하지 못하더라도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마음으로 매년 적어도 1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