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고 있다. 신사옥을 지어 이주했거나 계열사를 한 건물로 집중시키고 있다. 새 사옥에는 첨단기술을 적용할 뿐 아니라 업무 공간도 새롭게 디자인한다. 통합 사옥을 통해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새 공간에서 업무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계열사 한곳에 집중… "사업 시너지 극대화"
최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는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연말까지 LS그룹 지주회사인 ㈜LS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맞기 위한 것이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 이후 주요 계열사들이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를 빌려 사용했다. ㈜LS뿐 아니라 LS니꼬동제련 서울사무소, E1 등이 입주하면서 아셈타워가 사실상 그룹 본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용산이 새로운 업무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구자열 회장이 계열사를 집결시켜 'LS 용산 시대'를 열기로 한 것이다.
LS용산타워 바로 옆에는 작년 말 완공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이 서 있다. 흰색 창살을 두른 듯한 독특한 외관으로 지역 명물이 됐다. 이곳에는 지난 연말부터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아모스프로페셔녈 등 주요 계열사 직원 3500여 명이 입주했다. 두산그룹도 2020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두산분당센터'가 완성되면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이 입주하게 된다.
기업들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사세 확장이나 계열 분리 때 필요한 공간을 그때그때 임차하거나 매입해 사용했다. 기존 상업 중심지인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에 큰 공간을 구하기 힘들어 흩어져 있었다. 최근엔 서울 용산과 마곡, 경기도 분당·판교 등이 새로운 상업지로 떠오르면서 계열사를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계열사 집중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서울 잠실에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한 롯데그룹은 '소공동 시대'를 접고 '잠실 시대'를 시작했다. 그룹 경영혁신실, 주요 사업 부문 등 그룹 조직과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들이 입주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전에 '롯데'라고 하면 소공동 백화점과 호텔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떠올린다"며 "국내 최고층 빌딩이 바로 롯데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최근 서울 홍대에 통합 신사옥 '애경타워'를 만들어 이사 중이다. 애경그룹의 본사 이전은 구로에 자리 잡은 1976년 이후 40여 년 만이다. '애경타워'에는 지주사 AK홀딩스가 입주한 데 이어 애경산업·AK컴텍·AKIS·마포애경타운 등 5개 계열사가 이달 말까지 이사를 끝낼 계획이다. 이곳은 애경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유통·항공·레저 산업의 중심지가 된다. 업무시설 외에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AK&홍대,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들어선다. 공항철도 경유지여서 계열사인 제주항공 이용객들을 모을 수도 있다. 안재석 AK홀딩스 사장은 "애경그룹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만큼 젊고 활기찬 공간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와 임직원의 역량 발휘를 통해 애경그룹의 퀀텀 점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편의점 회사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서울 중구 수표동에 있는 시그니처타워로 본사를 옮겼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매출, 임직원 수 등 회사 규모가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본사를 이전해 효과적인 가맹점과 현장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서게 됐다"며 "본사 이전을 통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2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업무 환경으로 경영 혁신
코오롱그룹은 지난 4월 서울 마곡에 '원앤온리타워'를 세웠다. 연구·개발(R&D) 중심센터로 만들었지만, 이웅렬 회장의 집무실을 두는 등 사실상 그룹 본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건물 내부의 대계단(Grand Stair)은 모든 층과 연결돼 있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소통하는 것은 물론 토론과 강연, 전시 등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 각 회의실에는 코오롱의 첨단 제품을 이용한 재미있는 인테리어로 꾸며 직원들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의견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공간이 조직 문화를 만든다'는 방침에 따라 내부 업무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은 건물 속 정원과 문화시설로 유명하다. 5·11·17층에 마련된 건물 속 3개의 정원은 5~6개 층을 비워낸 독특한 구조로 임직원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꾸몄다. 또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전시관,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들이 소속감과 애사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사회와 소통·교류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