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바로미터'인 정제마진 두달 새 82% 급증
SK에너지 직원 평균급여, 상반기에만 8900만원

정유사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바닥을 찍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작년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정유업체들이 올해도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익이 늘면서 정유업체 직원들인 상반기에만 억대에 가까운 급여를 받았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7.5달러를 기록해 6월 마지막 주(4.1달러) 대비 82% 올랐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수송비 등 비용을 뺀 비용으로,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 공장의 고도화 설비.

정유사는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이익이 늘어나는데, 최근 정제마진이 개선된 이유는 중국 중소 정유업체 가동률이 떨어졌고 인도 정유사가 설비보수에 나서면서 아시아 지역 내 수급 조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주요 수입국이 통화가치 약세로 휘발유 및 정제유 수입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정제마진이 급등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인도 릴라이언스가 화력발전용 연료유 판매를 늘리기 위해 휘발유 및 등경유를 생산하는 고도화설비 가동을 줄이면서 휘발유 등 경질석유제품 수출을 중단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에쓰오일(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2분기 정제마진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때까지 통상 1~2개월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유가가 오르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늘었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회복이 하반기 실적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 도입가격, 정제설비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유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7달러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 화학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파라자일렌(PX) 시황도 개선됐다. PX 가격과 원재료 나프타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PX-나프타 스프레드는 지난 7월 358달러에서 이달 534달러로 49.2% 올랐다. 스프레드가 클수록 기업이 얻는 이익이 커진다.

정제마진 개선과 PX 스프레드 확대로 정유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조23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56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늘었다.

에쓰오일은 작년 영업이익(1조4625억원)이 환율 하락때문에 전년 대비 9.5%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1조311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57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5% 늘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8.8%, 16% 증가했다.

회사 실적이 좋아지면서 정유사 직원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1억원에 육박하는 급여를 받았다. SK에너지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직원들에게 평균 8900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SK에너지 직원들은 작년에 평균 1억5200만원의 급여를 받아 삼성전자(005930)(1억1700만원)나 현대자동차(9200만원) 직원들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SK에너지 뿐 아니라 SK인천석유화학(8800만원), SK종합화학(8600만원), SK루브리컨츠(7500만원) 등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는 대부분 보수 수준이 높았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상반기 보수로 1인당 평균 7066만원, 7667만원을 지급했다. 현대오일뱅크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4600만원 수준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추가상승이 가능해 단기 업황 회복이 전망된다"며 "다만 무역분쟁 이슈 재부각 등이 업황 회복을 가로막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