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증권업계 안팎에서 한국투자증권 투자공학부의 김연추 차장이 가장 화제다. 그는 올 상반기 22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아 한투증권의 '오너'나 '사장'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가 설계와 운용을 맡은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상장지수증권)'의 성공 덕분이다. 이 ETN은 작년 5월 거래소에 상장돼 현재까지 8400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리는 '히트'를 쳤다.

과거 선물(先物)과 옵션 등 파생상품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어서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低)금리 시대가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주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헤맸다. 이에 증권사들은 파생상품끼리 혹은 다른 금융상품과 칵테일처럼 섞어 '중위험, 중수익'을 노리는 구조화 파생상품을 내놓으며 이에 부응했다. 대표적인 게 '국민 재테크 상품' 반열에 올랐던 주가연계증권(ELS)이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나 종목 등 '기초 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에 미리 정해놓은 범위(보통 50%)에 머물면 약정된 수익(보통 6~8%)을 지급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6개월마다 조건을 충족하면 조기에 수익을 얻고 빠질 수 있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는 만기(보통 3년)까지 들고가야 한다. 만기 전에 해지하면 3~10%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묶인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엔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처럼 증시에 상장돼 사고파는 게 자유로운 구조화 파생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 5~6% 수익 양매도 ETN은 어떻게 수익을 얻나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은 연 5~6%의 수익을 꾸준히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 지난해 8월 21일 이 ETN의 가격은 1만100원쯤이었는데 최근 1만500원을 넘어섰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4%쯤이다. 상장 이후 가격 추이도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이 ETN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비결은 '옵션 프리미엄(option premium)'이다. 옵션이란 쉽게 말해 '권리'다. 현재 어떤 주식의 가격이 100원이라고 가정하자. A가 한 달 뒤 105원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B에게 팔면, B는 그 권리를 산 대가를 A에게 낸다. 그 대가를 옵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한 달 뒤 그 주식의 가격이 110원이 됐다면, B는 A에게 105원을 주고 그 종목을 사서 110원에 팔아 5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때 A는 110원인 주식을 105원에 팔았으므로 5원만큼의 손해를 보지만, 앞서 B에게서 받은 옵션 프리미엄으로 그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만약 한 달 뒤 그 주식의 가격이 105원에 못 미쳤다면, B는 당연히 그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다. B가 가진 것은 105원에 사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살 수 있는 권리기 때문에 포기가 가능하다. 이때 A는 B가 이미 지급한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얻는다.

코스피 양매도 ETN은 코스피200 지수의 콜옵션(주식을 살 권리)과 풋옵션(주식을 팔 권리)을 동시에 팔아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양 방향에서 옵션 프리미엄을 챙겨 수익을 얻는다. 옵션 프리미엄, 즉 권리의 대가는 만기까지 남은 시간과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정돼 그때그때 다르다. 매달 수익과 손실도 이에 따라 결정된다. 코스피 양매도 ETN은 금융공학을 활용, 이런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 코스피 200지수가 ±5% 안쪽으로 움직일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한 것이다.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연 5~6%쯤의 수익이 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커버드콜 ETF, 손실제한형 ETN 등 옵션 활용 파생상품도 다양

코스피 양매도 이외에도 옵션을 활용한 ETN, ETF(상장지수펀드) 구조화 파생상품들도 거래소에 다수 상장돼 있다. '커버드콜' 전략을 쓰는 ETF와 ETN, '커버드풋' 전략을 쓰는 ETN이 대표적이다. 커버드콜 전략이란 주식을 사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팔아 옵션 프리미엄을 챙기는 전략이다. 주가가 일정 범위에서 오르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에다 옵션 프리미엄까지 더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할 때는 보유한 주식에서 손실이 나지만, 옵션 프리미엄으로 이를 일부 만회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급등하면 보유 주식에서 이익이 나지만 콜옵션 매도로 인한 손실 때문에 수익이 줄어든다. 커버드풋 전략을 쓰는 상품은 커버드콜 전략과는 반대로 주가가 일정 범위에서 내릴 때 이익을 보도록 구성됐다.

기초 지수가 하락할 때 손실을 일정 비율로 줄일 수 있는 구조화 파생상품인 '손실 제한형 ETN'도 20여 종목이 상장돼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상장한 '삼성 K200 Call 1811-01 ETN'은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 지수로 하는 상품으로, 상장 1년 뒤인 올해 11월 코스피 200지수가 357을 넘으면 이에 비례해서 수익을 가져가고, 만약 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9400원(비용 차감 전)은 보장하도록 구조를 짰다. 상장 가격은 1만원이었지만, 당시 코스피200 지수는 320선이어서 기준 지수와의 차이만큼 가격 조정이 이뤄져 상장 당일 9755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약 이날 9775원에 이 ETN을 샀던 투자자라면 올해 11월 만기일에 코스피200 지수가 현재 수준인 290선에 머무른다고 가정했을 때 지수 하락률은 9%가량이지만, 실제 손실은 4% 정도로 줄어든다.

◇전문가 조언, "기초 자산 움직임 충분히 고려해야"

구조화 파생상품이 '중위험, 중수익'을 표방하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상품은 아니다. 전균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지만 결국 기초 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며 "투자에 앞서 기초 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5~2016년 홍콩 H지수가 1만5000선에서 7500선까지 급락하면서 '설마 반 토막이 나겠느냐'며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 위험에 처했다. 양매도 ETN 등 다른 구조화 파생상품 역시 기초 지수가 일정 범위(TRUE 양매도 ETN의 경우 ±5%)를 넘어서면 손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