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갈등]⑫ 원전 대신 석탄발전량 늘어 온실가스 배출↑

미국 원자력 회사 엑셀론이 운영하는 미 일리노이주 드레스덴 원자력발전소(원전) 3호기는 지난해 이용률 ‘100%’를 기록했다. 드레스덴 원전 3호기는 1971년부터 가동된 발전소로 지금까지 누적 전력생산량이 240테라와트시(TWh)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의 연간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다.

드레스덴 원전 3호기는 47년된 노후 원전이지만 오는 2031년까지 운영허가를 받았다. 엑셀론은 "드레스덴 원전은 첨단 설비와 혁신적인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사고 관련) 위험을 완화하고 제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 세계 평균 원전 이용률은 81.1%로 2016년(80.5%)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71.2%로 추락했다. 2016년(79.7%)보다 8%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치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원전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연료비 비중이 작아 가동할수록 발전단가가 싸진다"면서 "현 상태에서 원전을 줄이고 LNG(가스발전)를 늘리면 원전의 (발전)원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엑셀론이 운영하는 미 일리노이주 드레스덴 원전.

◇ 지난해 전 세계 평균 원전 이용률 ‘81.1%’

세계원자력협회가 이번달 발표한 ‘2018 세계 원자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력량은 2506TWh로 2016년보다 29TWh가 증가했다.

협회는 "전 세계 평균 원전 이용률이 1980년 60%에서 2000년 이후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은 "원자력 없이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은 없다"면서 "원자력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25기 이상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세계 원자력 산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을 대폭 낮췄다가 올해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을 20~22%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타카하마 3·4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고 시마네 원전 3호기도 올 상반기 완공됐다.

세계원자력협회는 "일본이 (원전 가동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 원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 많아져

국내에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이용이 줄자 석탄화력 발전량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k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원전이 10g으로 석탄(991g), 가스(549g)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원전은 건설·폐기 과정을 제외하면 가동중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0’"이라며 "태양광과 풍력은 우리가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발전단가가 비싼) LNG가 필요해 태양광이 무조건 바람직하다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71.2%로 원전 부품 비리로 일부 원전 가동을 중단했던 2013년(75.5%)보다 저조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한국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원자력 사용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했다가 공론화를 통해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면서 "하지만 더이상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자력업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단 1기의 원전도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원전 건설은 곧 산업 생태계 유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최근 공개한 반기보고서에서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건설 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손실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