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시한폭탄 될 수도
올해 상반기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대출 잔액이 2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가 악화되자 서민들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 고금리를 무릅쓰고 카드론에 몰린 것이다. 올해 들어 카드사 연체율이 오르는 등 부실 징후가 보이고 있어 금융감독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7개 전업 카드사(BC카드 제외)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카드론 잔액은 27조179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올해 3월말보다 8000억원 정도 늘어났고, 작년 말보다는 2조2232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7개 카드사 모두 카드론 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작년말 5조943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6조4631억원으로 8.7% 증가했다. 그 뒤를 KB국민카드(4조9699억원, 9.7%), 삼성카드(4조5499억원, 5.7%), 현대카드(3조7427억원, 7.3%)가 따랐다.
카드사 가운데 카드론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우리카드였다. 우리카드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작년말 2조106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조4946억원으로 18.4%나 증가했다. 다른 카드사들이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데 비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카드론 대출이 급증한 건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맞춰서 카드론 증가율을 연 7%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키지 않는다고 당장 제재를 받는 건 아니지만 카드사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지침을 어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카드사들이 정부의 지침을 맞추기 위해 작년 하반기 카드론 영업을 줄였다가 올해 상반기에 다시 늘리면서 카드론 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카드론 신규 대출을 막았는데 올해 상반기에 밀려 있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증가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카드론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예년보다 둔화됐지만, 카드론은 오히려 급증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에 비해 문턱이 낮아 서민들이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카드론에 몰린 것이다.
문제는 카드론 대출 증가가 결국에는 서민들의 목을 조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은 대출 금리가 연 2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카드론 이용자는 대부분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기 하는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다. 한 번 부실이 발생하면 도미노처럼 부실이 다른 카드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카드사 연체율은 작년말 1.8%에서 올해 3월말에는 1.96%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은 카드론 급증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카드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반기 카드론이 급증했던 우리카드는 이미 금감원에 카드론 영업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론뿐 아니라 전반적인 가계대출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