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가구업체 이케아가 최근 온라인 판매에 돌입하면서 국내 가구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손님을 끌어모은 이케아가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판을 키워놓은 온라인 시장마저 접수하겠다고 나서자 ‘국산가구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들은 “이케아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 가구업계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케아는 지난달 16일부터 온라인 주문, 결제, 배송에 대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이케아 홈페이지에서는 소품과 가구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온라인 서비스를 정착시킨 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케아는 현재 영국,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초부터 국내 전담팀을 꾸려 온라인 서비스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으로 가구와 소품을 주문할 수 있는 이케아 디지털 쇼룸

이케아가 한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이유는 국내 온라인 가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가구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 2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이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판매는 이케아가 아마존 등의 온라인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이에 국내 가구 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가구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 들어 실적이 부진한 한샘(009240)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과 모바일 판매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16일 한샘 관계자는 “한샘몰 주요 고객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가구와 소품의 종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반기 출시하는 침대 제품에는 수면 흐름을 측정하는 IoT 기술을 접목하고 원룸 맞춤형 가구를 대거 선보인다. 앞서 지난해에는 가상 공간에 한샘의 200여개 가구를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서비스를 한샘몰 앱에 구현하기도 했다.

한샘몰 앱의 AR 서비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한 미국 고급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를 지난 4월 현대H몰 등에 입점시키는 등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가구와 소품의 종류를 늘려나가고 있다. 에넥스도 온라인 전용몰에서 강아지용 가구 품목을 늘리는 등 차별화를 꾀하는 중이다.

국내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온라인 시험을 예의 주시하고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케아가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국내 사정에 맞는 가구 설치나 애프터서비스를 갖추지 못할 경우, 국내 업체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경우 물류 시스템과 배송 서비스가 자리잡지 못한 초기 단계라 아직까지는 지켜보고 있다”면서 “다만 이케아가 국내 기업이 강점을 지닌 설치 서비스까지 도입하면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현재 이케아 웹사이트를 통해 소품 등을 구매할 경우 택배 배송비는 박스당 5000원, 가구 배송비는 5만9000원(제주도는 10만9000원)을 별도로 내야한다. 이케아는 현재 가구 조립·설치 서비스도 준비 중이며, 관련 서비스에 대해 건당 추가 비용을 받을 방침이다. 한샘을 포함한 국내 가구업체의 경우 배송비나 설치비를 따로 받지 않고 있다.

국내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온라인 시장 진출로 가구업계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가구의 경우 서비스 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그나마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이케아가 소품과 홈퍼니싱 제품군에서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우려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