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1월 19일, S자문사 사장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옵션 양매도 투자 실패 때문이었다. 그는 "목돈을 맡긴 지인들에게 사과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때다. 옵션을 양쪽으로 매도하고 소액을 따먹는 투자법은 맞지 않았던 시절이다. 미국의 유망 퀀트펀드들이 나자빠졌고, 내로라하던 국내 슈퍼개미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불안감이 하락을 불렀고, 그 하락이 시스템 트레이딩 구조를 망가뜨렸으며, 이로 인한 폭락이 더한 공포감을 불렀다. 그 이전, 9.11테러 때도 있었던 현상이다. 변동성이 크면 망하는 것이 양매도 전략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런데 강산이 갑자기 '바다'가 돼 버렸다. 그 위험한 양매도가 지금은 '중위험 중수익'의 탈을 쓰고 나타났으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양매도 ETN은 스트랭글 매도 전략을 쓴다. 외가격 콜옵션과 외가격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한다. 코스피200을 '가둬놓고' (예전에는 가두리 양식법이라고 불렀던) 파생상품에 붙어 있는 프리미엄을 조금씩 따먹는다.
한투 ETN의 경우, 매월 옵션만기일에 차근월 5% 외가격 콜옵션 2종목, 풋옵션 2종목을 종가에 매도한 뒤 다음 만기까지 보유해 청산한다. 코스피200 월간 변동 폭이 5% 이내이면 수익이 난다.
한 영업 담당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코스피200이 ±5%에 머문 달이 93%였다고 한다. 연 수익률은 5~6% 정도다.
이 양매도는 하나은행이 신탁에 담아 팔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금액은 현재 9000억원에 이른다. 1년새 50배 가까이 불어났다. 하나은행은 연 2.5%의 수익률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데, 비과세인 데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도 포함되지 않아 자산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높은 인기 덕에 이 상품을 설계한 일부 한투 직원들은 사장이나 오너보다 많은 임금을 수령, 화제가 됐다.
한투는 이 ETN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경쟁사들이 유사한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삼성 KB NH 등 대형사들이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양매도는 안전한가. 미국 공포지수가 90% 넘게 폭락했던 것이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았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참 빨리 잊어버린다 싶다.
다만 한투는 "양매도가 위험한 것은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때문인데, 이 상품은 레버리지는 일으키지 않는다. 비교적 위험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투의 양매도 ETN이 그간의 양매도 상품들에 비해 하락장 충격이 비교적 덜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문제는 투자금이 1조원 가까이 모인 지금이 터키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이란 것이다. 양매도 ETN은 10일 0.09% 하락 한데 이어 13일에도 0.38% 떨어졌다. 총 50원이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한달간 힘들게(?) 벌어들인 수익률이다. 오늘(16일)도 밤사이 뉴욕증시를 봤을 때 부진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양매도는 절대 중위험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