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본지 장형태 기자가 ‘햅틱 VR’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이제 눈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VR(가상현실) 속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CJ CGV의 자회사 CJ포디플렉스와 미국 VR 스타트업 노마딕은 지난 5일까지 일반인들에게 이를 먼저 경험할 수 있는 VR 체험관을 경기 성남시 CGV오리점에서 운영했다. 이곳을 방문한 기자의 눈에는 '햅틱(만질 수 있는) VR'이란 소개 문구가 눈에 띄었다. 무엇을 어떻게 만진다는 걸까.

이곳 직원은 VR 헤드셋과 컴퓨터가 담긴 배낭을 기자에게 건넸다. 이 직원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체험할 수 있게 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헤드셋을 쓰고 보니 선반에 손전등이 놓여 있었다. 손을 뻗으니 진짜 손전등이 잡혔다. 적의 드론을 격추하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무기가 필요했다. 옆에 보이는 서랍을 여니 권총이 보였다. 잡으니 진짜 총의 감촉이 느껴졌다.

5분여간의 체험을 마치고 VR 헤드셋을 벗고 보니 기자의 손에는 손전등 모형과 권총 모형이 들려 있었다. 이 손전등 모형과 권총 모형에는 센서가 설치돼 있어 사용자가 움직이는 대로 화면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완희 CJ포디플렉스 부장은 "모형뿐만 아니라 천장과 벽에도 수십 개의 센서가 설치돼 있다"면서 "이 센서들이 메고 있던 가방 속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체험객의 움직임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허우적대던 기존 VR 체험과 달리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점이 신선했다. VR 게임 특유의 어지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눈이 느끼는 움직임과 실제 몸의 움직임이 다르면 멀미가 일어나는데, 햅틱 VR은 사용자의 동작과 화면 속 움직임이 일치해 멀미가 나지 않는 것이다.

CJ포디플렉스는 지난 5일까지 체험관을 운영했다. 17일간 2000여 명의 체험객이 이곳을 찾았다. CJ 관계자는 "연말쯤 15~20분 정도 길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1호 체험관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CJ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VR 체험관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KT는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신촌과 건대 입구에 각각 VR 체험관 '브라이트' 1·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총 쏘기 게임 스페셜포스 등 50여 종 이상의 VR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광진구 건대스타시티점에 1400㎡ 규모의 대형 체험관 '롯데 몬스터 VR'을 운영 중이다. 래프팅, 번지점프, 제트기 조종 등 60개 이상의 체험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