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과 바이오 사업을 중심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18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 등 4대 미래사업을 새로운 동장성력으로 꼽았다.

12일 재계와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앞으로 3년간 4대 미래사업에 투입할 투자금 규모는 4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45조원은 4대 미래사업에 배정된 국내투자금 25조원과 해외투자금 50조원 가운데 베트남 등 해외 시설투자비 30조원을 제외한 20조원이 포함된 것이다.

이 비용은 삼성이 AI·5G·바이오·전장 등 4대 미래사업을 위한 시설투자와 인수합병 등에 사용된다. 재계와 전자업계는 삼성이 45조원 가운데 시설투자비를 제외한 실탄으로 전장사업과 바이오사업에서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3월 29일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뒤 김포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 강화…하만 이어 '빅딜' 나오나

현재 우선 순위로 거론되는 인수합병 대상은 자동차 전장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 업체인 하만 인수, 2017년 국내 최초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에 이어 최근 4대 미래사업에 전장사업을 포함시키는 등 자율주행을 비롯한 자동차 전장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삼성전자가 전장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사의 강점인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직접 확대 적용하고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SoC) 같은 미래 전장부품을 탑재하며 시장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딥러닝 기반의 AI가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 개발에도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커넥티드카에 들어가는 전자장치 부품 공급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5월 홍콩에서 열린 삼성 인베스터즈 포럼에서 하만은 삼성전자와 함께 2025년까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업계 리더가 되겠다는 '커넥티트 카 2025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해외 행보를 두고 하만에 버금가는 글로벌 전장부품 회사를 추가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중국에서 BYD 등 현지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들을 방문했고, 6월에는 일본에서 우시오전기, 야자키 등 자동차 부품사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인도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직후에는 유럽으로 떠나 전장부품 사업을 점검했다.

글로벌 전장부품 회사 인수와 관련해서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자회사인 마그네티마렐리를 인수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FCA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또 마그네티마렐리는 삼성전기(자동차용 카메라) 등 삼성과 제휴 관계인 세계 30위권의 자동차 부품업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이 부회장이 직접 복수의 업체들과 인수합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잘하는 반도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장 사업 분야 진출을 꾸준히 모색 중"이라며 "예전처럼 완성차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라 반도체와 ICT, 디스플레이 등 미래 전장 부품 시장 확대를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 바이오 사업 투자 실탄 만든 삼성, 인수합병 가능성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사업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와 전자업계는 삼성이 유망한 바이오회사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각 사업영역별 세부적인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오 사업에서만 수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조원대 투자금은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신축하고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시설투자비로 우선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거론되는 시설 투자계획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신설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 등이 있다. 그동안 투자규모를 감안하면 1조~2조원 정도의 시설투자비면 충분하고 나머지 비용은 바이오업체 인수합병에 쓰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건설에 경우 약 8500억원을 투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의 생산규모가 3공장과 비슷한 수준인 걸 염두하면 투자금도 비슷할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사용된 신약 바이오시밀러 프로젝트 추진 비용은 하나당 2000억원 이상이 들며 6년 정도가 소요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내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효능이 입증된 후보물질을 보유하거나 임상 단계 중인 바이오벤처를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 같다"며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과 바이오 시장 장악력을 한번에 확대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의 전체 투자금 180조원 중 90%인 약 162조원은 삼성전자가 투자하고 10%인 약 18조원은 계열사들이 투자할 예정이다. 바이오 사업 투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계열사가 부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