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모(27)씨는 지난달 금강제화 상품권으로 구두를 샀다. 13만5000원짜리 구두를 사면서 10만원짜리 상품권 2장을 내고 현금 6만5000원을 돌려받았다. 신씨가 인터넷에서 10만원 상품권 2장을 사는 데 쓴 돈은 15만5000원. 결과적으로 구두를 9만원(15만5000원-6만5000원)에 산 셈이다.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입함으로써 33.3%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신씨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상품권들이 있다 보니 현금으로 정가에 사면 손해라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상품권 잘 활용하면 '알뜰 구매'

알뜰족(族) 중에는 신씨처럼 상품권을 자주 쓰는 사람이 많다. 상품권은 액면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상품권은 사용처가 제한적이어서 현금보다는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 촉진을 위해 발행한 상품권은 수백 종인데, 할인율은 제각기 다르다. 금강제화 상품권을 비롯해 영화 관람권과 놀이동산 자유이용권 등은 할인율이 가장 높은 축에 드는 상품권이다.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상품권 거래소 등을 통해 영화 관람권은 보통 20~30%,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은 6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시중에서 4만2000원인 서울랜드 자유이용권을 1만3000원에 살 수 있다. 이동통신사나 신용카드 할인율(최대 20~30%)보다 더 저렴하다.

프랜차이즈 의류나 식·음료점 상품권도 할인율이 10~20%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의류 기업 LF(구 LG패션) 상품권은 11% 정도 싸게 살 수 있고,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 상품권은 금액에 따라 13~20%, 파리바게뜨는 16~18%, CJ그룹의 외식 상품권도 10% 정도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반면 주요 백화점이나 마트, 주유소 상품권은 할인율이 낮은 편이다. 기껏해야 1~3% 정도를 깎을 수 있다. 여행사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의 할인율도 2%대로 낮다. 주요 백화점 중에서는 롯데가 가장 비싸고(할인율 1.9%), 현대(3.3%)가 저렴한 편이다. 주유소 중에서는 SK(1.3~ 1.4%)가 가장 비싸고, 에쓰오일(2.5%)이 저렴하다. 같은 회사·브랜드 상품권이라도 금액이나 형태(모바일이나 종이)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질 수 있다.

상품권 가격 결정은 '사용처 다양성'

상품권 거래 가격의 차이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용처의 다양성이다. 제휴사가 많은 상품권일수록 쓰임새가 많아 할인율이 낮고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화폐로서 가치가 높은 것이다. 한 상품권 거래업체 관계자는 "백화점과 주유 상품권은 백화점과 주유소 외에도 대형마트, 면세점, 호텔, 레스토랑, 베이커리, 통신, 여행사 등 다양한 제휴사의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어 액면가와 비슷하게 판매한다"고 말했다. 반면 외식이나 의류, 영화 상품권은 제휴사가 거의 없어 본래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십%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이유다. 같은 업종 상품권이라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점포 수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진다. 4대 주유 상품권의 경우 전국에 주유소를 가장 많이 보유한 SK에너지(3700여 개) 상품권이 가장 비싸고, 점포 수가 가장 적은 에쓰오일(2100여 개) 상품권이 가장 저렴하게 거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큰손'인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롯데 상품권이 가장 비싼데, 이유는 사용처가 다양해서다. 롯데 상품권은 롯데와 신라면세점에서 모두 쓸 수 있는데, 두 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 2위다. 수요가 많다 보니 유커가 많은 명동 일대에선 롯데 상품권 구하기도 쉽지 않다. 상품권 가격은 소비 주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금강제화 등 구두상품권이 일반 의류회사 상품권보다 저렴한 이유 중 하나는 구두의 구매 주기가 옷보다 길기 때문이다.

상품권을 전문 거래소보다 싸게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 등을 활용해도 된다. 급하게 처분하려는 사람이 많아 할인율이 더 높다. 하지만 위조 상품권을 받거나 돈을 떼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