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민권자를 모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검토해보면 어떨까요?" 최근 여의도 시범 아파트 소유주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상대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통해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담당한다. 보통 해외 법인이나 기업, 헤지펀드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재건축 대상 부동산을 가진 외국인들이 개인적으로 ISD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재개발·재건축 ISD 늘어나나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 ISD가 제기된 것은 서울 마포 재개발 구역이 처음이다. 2001년 마포에 대지면적 188㎡의 주택을 구입한 서모씨는 2013년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구입한 주택 부지는 2012년 재개발지구로 지정돼 보상금을 책정받았지만 서씨는 "(정부가 제시한 보상금이) 시장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홍콩국제중재센터에 ISD를 제기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ISD를 제기한 첫 사례로, 미국 연방헌법은 "정당한 보상이 없으면 공공의 사용을 위해 사유재산을 수용할 수 없다"고 정의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 "외국 시민권자를 모아 ISD를 검토하자"고 한 사람은 공동명의자인 아내가 호주 시민권자이다. 한·호주 FTA는 2014년 12월 발효됐다.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ISD 제기 의견이 나온 것은 서울시가 여의도 통합개발 구상을 내놓으면서 재건축 심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서울시의 여의도 개발 정책 등을 이유로) 두 차례나 재건축 승인허가를 보류했다"며 "이는 외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상대국가의 법령, 정책 등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ISD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황 파악·대응 마련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소유한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황 파악과 토지수용 보상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는 2억3890만㎡. 여의도 면적의 82배에 달하며 2011년(1억9060㎡)에 비해 약 5000㎡ 늘어났다. 국토부는 작년 각 지자체에 '정비구역 내 외국인 소유 토지와 건축물 현황 파악' 공문을 보내 외국인 소유 부동산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활성화에 따른 토지수용 및 보상제도 정비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등에서 보상금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는 실제 거래되는 시세보다 낮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규제 정책도 강화된 상황이다. 이를 문제 삼아 "한국 정부의 정책으로 기대 수익이 감소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형 로펌 등의 ISD 전문 변호사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국가가 동일하게 적용하는 보상 기준보다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지, ISD 중재가 받아들여질 경우 우리 국민이 역차별을 받는 건 아닌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률 비용이 많으면 수억원에 달할 수 있어 실익이 크지 않다"며 "실제 중재 신청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Investor-State Dispute)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상대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지난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