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금맥’으로 평가받는 게임 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모양새다. 모바일 게임 데이터를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는 일명 ‘제로레이팅’이나 게임 페스티벌 개최를 통한 5세대(G) 통신 홍보가 한창이다.

SK텔레콤은 1020 브랜드 ‘0’을 통해 9월부터 중고생에게 게임 관련 데이터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9일 게임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KT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출시에 맞춰 각종 게임의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9 구입자를 통해 KT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데이터 이용료를 대신 내주는 것을 말한다.

SK텔레콤도 8일 선보인 1020 브랜드 ‘0(영)’ 브랜드 출시를 통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9월부터 위메이드·컴투스·넷마블 관련 게임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힌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일부 서비스에서 제로레이팅을 제공하고 있지만 게임 쪽은 “아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로레이팅이 확대되면 게임 쪽 도입 여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은 제로레이팅뿐 아니라 게임 회사와의 직접 협력을 통해 자사의 브랜드 홍보에도 활용한다. 초연결성·초고속이 장점인 5G 마케팅에 실시간 게임 중계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e스포츠를 중계하고 체험할 수 있는 ‘5GX 게임 페스티벌’을 10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KT는 8일 펍지주식회사와 함께 5세대(G) 통신 홍보를 위한 ‘배틀그라운드’ 게임 활용 업무 협약을 맺었다. e스포츠 중계를 비롯해 모바일 게임 대회 개최도 계획 중이다.

LG유플러스도 6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 상하이’에서 VR게임사 ‘배틀타임스’와 손을 잡고 VR게임대전을 진행한 바 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에서 네트워크 통신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다”며 “5G 기술이 게임에 접목되면 과부하나 렉 현상이 없어지면서 매우 혁신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6월 선보인 글로벌 VR e스포츠 생중계 전시관.

통신 3사가 게임 산업에 뛰어든 이유로 게임 산업이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꼽힌다. ‘금맥’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통신 3사는 게임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는 물론 회사와 회사간 거래(B2B) 영역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 회사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보면 세계 e스포츠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35%다.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전문 통계 사이트 ‘e스포츠어닝’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3933개의 e스포츠 대회가 열렸고 전체 상금 규모는 1억1300만달러(1200억원)에 육박한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게임이 규제로 억압받고 있지만 게임 시장은 그런 억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 인식이 좋아지고 규제가 풀리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일명 ‘금맥’ 시장이 바로 게임 산업이다”고 말했다.

게임 회사와의 협력은 통신 3사의 글로벌 진출 발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익숙한 게임 회사와 통신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월 발표한 ‘2018년 콘텐츠 사업 전망 보고서’를 보면 콘텐츠 사업 전체 수출액은 67억4000만달러(7조5440억원)에 달한다. 게임 산업은 이중 5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캐릭터 산업(9.4%)이지만 압도적인 차이다.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고문(전 협회장)은 “통신 3사 같은 자금력 좋은 대기업들이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갖고 같이 협력하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물론 단순 일회성 홍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꾸준히 B2B 영역을 확대하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