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커피전문점’ ‘카페 엑소더스’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사업은?

퇴직자와 청년들이 꿈꾸는 창업엔 항상 ‘카페’가 있다. 카페를 점으로 찍으면 서울지도가 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카페는 단연 창업아이템 1순위 업종이다. 먼저 남 보기가 좋고, 깨끗하다.

음식점보다 운영이 단순하고 쉬워 보인다. 흔히 하는 말처럼 물장사니까 마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장점 중에 하나는 소비 빈도가 높다는 점이다.

무거운 한식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커피는 하루에도 두 세 번 마실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공부방, 미팅 및 모임 장소 등 다양한 만남의 장소로 카페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작은 매장의 경우 저가 경쟁으로 많이 팔아도 수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아예 무인을 지향하는 사례도 있다.

2017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매출통계에 따르면 전국 카페 월평균 매출액은 1370만원으로 전체 업종(3782만원)의 36.2%에 그쳤다. 음식점 전체(2124만원), 한식(2116만원), 중식(2203만원)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이런 이유로 최근 커피전문점들이 푸드 메뉴를 강화하거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음식점들도 커피전문점 못지않게 인테리어가 고급화돼 적어도 디자인 면에서는 카페와 일반 음식점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수익성 높은 외식업종으로 전환하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음료만 판매하는 사업에서 탈출하려는 ‘카페 엑소더스’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업종은 무엇이 있을까

◆좀 힘들어도 ‘밥집’이 최고

싱글족이 늘어나고 주부들의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기를 얻는 업종이 밥집이다. 특히 싱글족이나 직장인이 많은 상권, 마트 등 대형몰에는 맛있는 밥집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가정식 백반전문점을 비롯해 덮밥전문점. 규동 전문점, 솥밥전문점 등이 인기다.

어린이집 교사로 13년 넘게 근무하다가 육아휴직을 내고 1년 간 아이를 돌보며 창업을 준비했다는 김민서(46, 여)씨는 노원구 중계동 홈플러스 지하 2층 푸드코트 자리에 1인 가마솥밥전문점인 ‘채선당 행복가마솥밥’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5월에 오픈한 30평대 매장은 ‘5000원 대 가마솥밥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현재 하루 평균 230만원대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김민서씨가 애초에 창업하려고 했던 업종은 한식이 아니라 카페였다.

육체 피로도가 높은 음식점보다는 운영이 쉬운 사업이 카페였다. 경기도 구리 갈매신도시로 이사하면서 육아 문제도 있고 가급적 집과 가까운 곳에서 디저트 카페를 열 계획이었다.

온라인 창업카페 커뮤니티에 가입해 카페 관련 창업을 알아봤고, 창업전문가에게 자문까지 받으면서 반년 동안 시장을 조사했다.

행복가마솥밥 중계홈플러스점 김민서 점주. /한국창업전략연구소제공

갈매신도시와 일산 등지의 카페점포와 백화점, 몰에 입점해 있는 디저트카페를 찾아가 고객유입율과 운영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 상담도 받았다.
하지만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그녀가 알게 된 것은 아무리 계산해도 수익이 안 나오는 구조라는 것이었다.

1000~2000 원 하는 커피를 박리다매로 싸게 많이 팔아야 본전을 뽑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상권이 아니면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월세나 고정비도 큰 부담이었다. 10~20평대 커피숍을 차리는데 수 억 원이 들어 고민이 되었다.

과감히 카페창업 욕심을 접었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며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업종을 찾고자 6개월을 더 투자했다. 그렇게 알게 것이 현재 운영 중인 1인 가마솥밥 전문점이었다.

‘밥’은 커피만큼 자주 먹는 음식이다.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먹을 기회가 적어졌다. 가마솥밥은 조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채선당 행복가마솥밥은 주방에서 야채손질부터 일일이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령 칼질 된 야채와 육류, 육수 등 전처리된 각종 식자재들이 모두 소포장 되어 매장에 전달되기 때문에 조리 시간은 거의 6분 이내로 빠르고 쉽다.

현재 하루 평균 300명 가까운 고객들이 내방하는데, 가마솥밥과 찌개, 덮밥, 볶음요리를 1인의 양에 맞게 세트로 구성, 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요인 중 하나다.

주식을 대신하는 밥집 프랜차이즈로는 ‘북창동순두부집’ ‘소공동뚝배기’ ‘순남시래기’ ‘마마된장’ 등이 있다. 이들 업종은 맛있는 찌개나 국을 곁들여 주식을 대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진국’ ‘큰맘할매순대국’ ‘육수당’ ‘이화수육개장’같은 국전문점들도 간편하게 주식을 대신하는 업종으로 인기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밥집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간소한 상차림을 통해 킨포크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현대적인 카페형 밥집들은 오피스가는 물론 골목길 상권에서도 인기다.

현대적인 카페형 밥집들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밥맛과 일품요리를 결합해 주방 업무를 간소화하고 도시락을 결합시키는 경우도 많다.

◆카레, 일본풍 덮밥집도 카페 엑소더스 업종으로 인기

‘오니기리와 이규동’을 비롯 ‘홍대개미’ ‘토끼정’ 등 덮밥 컨셉의 일본풍 밥집이나 ‘부엉이돈까스’ 등 돈까스 맛집, ‘코코이찌방야’ ‘아비꼬’ 등 카레 전문점들도 대표적인 카페 엑소더스 업종들이다.

외식의 주요 소비자층이 밀레니엄 세대로 교체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들에게는 덮밥이나 카레, 돈까스 등이 한식같은 주식 업종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즐기는 것처럼 대중적으도 소비되고 있다.

카레나 덮밥, 돈까스는 밥집이면서도 맛집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상권내 고객은 물론 맛집으로 소문나면 멀리서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인테리어도 카페 수준으로 깔끔해 고객은 물론 창업자들의 ‘품격’ 만족도를 높이는 게 요즘 추세이다.

24년간 학교 급식 배송 일을 하다 2018년 3월 일본정통 카레전문점인 ‘코코이찌방야’ 인천뉴코아아울렛점을 오픈한 최남진(51)씨는 이런 이유로 카레 전문점을 선택했다.

코코이찌방야 매장 전면.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제공

미술을 전공한 아내와 함께 보기 좋은 카페를 열어 2막인생을 꾸려갈 계획을 세웠던 그는 ‘카페같은 캐쥬얼 식당’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1년 6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창업을 고민하면서 고려했던 것은 두 가지 요소였다.

호불호 없는 대중적인 메뉴지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 된 요소가 있는가, 오래 운영이 가능한 업력이 튼튼튼하고 신뢰 가는 가맹본사를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인가였다.

‘카레’는 대중적이라 누구나 손쉽게 즐기는 음식이지만 차별화 요소가 필요했다. 다양한 토핑으로 수 백 가지 맛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이 지금의 브랜드를 선택한 요인이다.

군대에서 카레맛을 익힌 베이비 부머 세대와 달리 밀레니엄 세대들은 카레를 주식 못지않게 맛집으로 여긴다는 점에 착안했다.

최남진씨의 투자비는 2억원대, 작은 커피전문점 하나 여는데 적합한 금액에 브랜드 신뢰가 가 있는 대기업 브랜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현재 운영중인 매장의 객단가는 1만 2000 원 선, 주말에는 데이트 장소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들로 40여석이 가득 찬다.

◆카페 대신 메가트렌드 업종을 선택하다

카페 엑소더스 창업자들은 ‘대중성’ 못지 않게 트렌드를 고려해서 업종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인구 구조는 트렌드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고령화의 급진전, 싱글족의 증가는 최근의 소비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국선생’ 양천구청점을 운영하는 최민록(48, 여)씨는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 업종을 선택했다.

원래 최민록씨는 유명 베이커리 카페 창업을 고심했다. 하지만 경쟁도 치열하고 원가율이 높다고 판단해 메가트렌드를 반영하는 새로운 업종을 찾다가 가정간편식전문점을 택했다.

주변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나 맞벌이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을 직접 보면서 간편하게 즐기는 소포장 간편식의 전망에 확신을 가졌다.

육체적으로는 카페보다 더 힘이 들지만, 직접 일하는 만큼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창업후 10평 남짓 매장에서 하루 평균 150만 원 선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계절이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 매출은 꾸준한 편이다. 주 고객은 주부들이지만, 양천구청역 인근 오피스텔 단지의 싱글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남성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기상품인 육개장과 부대찌개 외에도 50여 가지의 반찬과 15종류의 국류, 다양한 일품요리들이 준비돼 있다.

국선생 양천구청점.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제공

계절과 시기에 맞는 신메뉴가 출시되고 있어 요즘처럼 새로운 맛을 찾는 ‘미각’ 트렌드를 충족시키고 있다.

가정간편식 전문점으로는 ‘국선생’ 외에 ‘오레시피’ ‘진이찬방’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셰프찬’처럼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브랜드 사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 스테디셀러 외식업, 스마트 및 소호 사업도 인기

커피를 고려하다가 외식업의 스테디셀러 업종으로 전환하는 창업자들도 많다. 죽전문점이나 김밥 우동 등 분식업은 유행을 덜타고 수요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죽전문점은 규모가 작은데다 운영이 간편해서 테이크 아웃 카페 대체 업종으로 인기다. 죽이야기 부산 안락2동점도 애초에 커피전문점 창업을 결정하고 커피 공부까지 했던 사례이다. 하지만 창업 직전에 마음을 바꾼 사례이다. 창업하려는 지역에 경쟁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죽이야기의 경우 이유식 매출이 높은데다 죽은 유행을 덜탄다는 판단으로 온가족이 회의를 해서 업종을 변경한 케이스다.

이처럼 카페 엑소더스 창업자들은 대부분 외식업안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구 절벽현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최저임금 인상 이슈에 대한 불안으로 아예 탈 외식업을 선택하는 창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 정도 투자비를 보유한 경우에는 조리가 필요없는 무인카페나 무인 독서실, 파티룸 대여업 등을 선호하기도 한다. VR체험방이나 디지털 당구장, 코인 노래방 등 시설 장치형 업종은 고액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사업이다.

소액 투자를 희망하는 창업자들은 1~2인이 함께 하는 초음파 실내 공기 정화 사업이나 상업용 청소 대행업에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이들 업종은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투자비가 2000만~3000만원대로 적게 든다는 게 장점이다. 점포,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주방 위생 관리 및 에어컨, 간판, 유리, 하수구 등 다양한 청소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리니트’를 비롯해 공기 정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딧불이’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다.

창업할 업종을 찾지 못해 무한 대기하는 예비 창업자들 중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홍보 및 판매촉진 대행업이나 유튜브방송국, 투자비가 들지 않는 무점포 유통업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취미를 사업으로 발전시켜 독특한 식품이나 패션 잡화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핸드메이드 사업자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