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며 흔들렸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주가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기조에 삼성전자가 화끈한 투자 계획으로 응답한 것이 삼바 주가 상승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는 삼성그룹의 핵심 신수종 사업분야 가운데 하나다. 수개월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삼바 투자자들은 상승세를 탄 삼바를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달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정부·삼성 동행에 삼바 45만원대 회복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전날보다 7.08%(3만원) 오른 45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이다. 삼바가 종가 기준 45만원대를 회복한 건 지난 6월 1일(45만1500원) 이후 46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삼바 주식을 각각 292억원, 57억원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개인은 394억원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가 "3년간 반도체·인공지능(AI)·5G·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삼바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삼바는 삼성그룹의 주력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시밀러(제약) 개발과 CMO(의약품 위탁생산)를 책임지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6일 삼성전자(005930)평택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간담회를 가진 후 "삼성전자 측에서 바이오 관련 규제 몇 가지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경기부양과 대규모 투자라는 정부와 삼성그룹간 '빅딜'이 성사되자 삼바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바는 지난 7일에도 전날보다 6.53%나 뛰어올랐다. 주가 상승과 함께 시가총액도 30조389억원(8일 종가 기준)으로 불어나며 POSCO, 현대차(005380)등을 제치고 단숨에 코스피 시총 4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로 도약했다.

엄여진 알펜루트자산운용 매니저는 "국내 증시에서 삼바는 셀트리온(068270)과 함께 바이오 업종을 주도하는 대장주 역할을 해왔다"며 "삼바 투자심리가 살아나면 그 온기가 바이오 업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의약품 생산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 개미들 "이런날 예상하며 버텼다"

올해 들어 급등의 짜릿함과 급락의 고통을 모두 맛본 삼바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다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랠리를 시작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있다. 개인투자자 A씨는 인터넷 주식커뮤니티에 "삼성과 정부가 사실상 화해를 한 셈이니 악재는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며 "팔지 않고 기다리니 이런 날이 온다"고 적었다.

삼바는 2016년 11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시초가 13만5000원으로 입성했다. 상장 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펼쳤다. 올해 4월 10일에는 장중 60만원을 찍기도 했다. 시초가와 비교하면 17개월만에 주가가 4.4배 오른 셈이다.

그러나 지난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바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하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당시 금감원은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바가 2015년 신약 개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 평가기준을 장부가격(2900억원)에서 시장가격(4조8000억원)으로 바꾸면서 1조9000억원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한 과정을 문제 삼았다.

회계처리 위반 논란과 함께 삼바 주가는 3주만에 30만원대로 고꾸라졌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이 삼바를 상장폐지 시킬 것"이라는 주장과 "시장 충격을 고려해 적당한 선에서 사태를 봉합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과적으로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난달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유보함으로써 팔지 않고 버틴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액투자자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우조선해양이 5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을 저지르고도 상장폐지를 면한 전례를 기억하기에 이번에도 무조건 버텼다"며 "아직 삼바에 대한 정부 조사가 끝난 건 아니지만 리스크는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