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연간 투자 규모 60조원은 작년 국내 기업의 연간 설비투자액(190조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삼성전자 영업이익(53조65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향후 3년간은 번 돈을 대부분 투자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 계획은 삼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글로벌 리딩 기업의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내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주력 사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로 후발 주자와 격차를 더 벌리고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차량용 전자장비(전장 부품) 분야에도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반도체와 4대 미래사업, 집중 투자
삼성은 180조원 중 100조원가량을 현재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는 PC·스마트폰뿐 아니라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자급(自給)을 선언하며 삼성을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감안해 올해 착공하는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2공장에 30조원 이상을 우선 투자할 계획이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평택의 제3·4라인 구축 일정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도 대폭 늘린다. 삼성은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평균 14조7500억원씩 연구·개발에 투자해왔지만 향후 3년간은 예년보다 약 4조~5조원 이상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첨단 기술의 밑거름인 수학·물리·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 2022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재 육성과 기술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4대 미래 먹거리로 꼽은 인공지능과 5G, 바이오, 차량용 전자장비 분야에는 25조원을 투입한다. 특히 인공지능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첫 출장을 유럽·캐나다로 떠나 인공지능 연구소를 가장 먼저 둘러봤을 만큼 각별히 신경 쓰는 분야다. 삼성은 한국과 미국, 영국, 러시아 등 6곳의 인공지능 센터를 거점으로 1000여명의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는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집중 육성하는 분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규모 기준 세계 1위를 목표로 인천 송도에 신축한 제3공장을 2020년부터 가동하고 제4공장 착공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보다 2만명 추가
삼성은 향후 3년간 총 4만명을 신규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 기간에 2만~2만5000명가량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최대 2만명을 더 뽑기로 한 것이다. 신규 일자리 대부분은 반도체에 집중될 예정이다.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2공장 착공에 따른 인력 충원과 함께 반도체 개발·기획·제조 분야에서도 골고루 채용을 늘릴 계획이다. 삼성이 작년 7월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면서 4800명을 추가로 채용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 확대와 함께 2만명 증원도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서도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향후 3년간 국내에 130조원을 투자하는 공장 건설과 장비 도입, 협력사 지원 등을 통해서도 약 7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5년간 500개의 스타트업을 키우기로 했다. 또 향후 5년간 전국 1만명의 청년 취업 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고 청년 창업을 독려해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