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얼마전 배우기 시작한 서핑에 푹 빠진 뒤로 주말이면 강원도 양양을 빠짐 없이 찾는다. 바닷가 주변의 숙소를 잡기가 쉽지 않아 매번 텐트를 이용하던 A씨는 최근 아예 소형 아파트를 하나 장만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자신이 이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날은 숙박공유 업체를 통해 용돈 벌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계산에서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를 다녀온 A씨는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생각지도 못 할 정도로 뛰어버린 집값에 놀라 자금 마련 계획부터 다시 짜기로 했다.

강원도 양양 부동산이 소리 없이 달아올랐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된 뒤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데다, 서핑 등을 즐기는 레저 인구 증가로 방문객이 늘어난 것이 양양에 호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5일 강원도 양양 죽도 해변이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퍼들로 붐비고 있다.

9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강원도 양양군 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은 지난 2015년 공급면적 3.3㎡당 596만원에서 2017년 763만원으로 2년 만에 28% 상승했다.

양양군의 올해 공시지가는 10.46%가 올랐다. 강원도에서는 속초(11.19%)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의 상승세다. 강원도 평균 상승률은 7.01%였다.

실거래가를 보면 오름세가 더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2015년 3분기 8000만원 전후에 거래된 하조대 해수욕장 근처 현북면 심미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3년 만에 두 배가 된 것이다.

거래도 활발해졌다. 양양군에 따르면 2016년 4044건인 부동산 거래 건수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난해 5363건으로 32.6% 증가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밸류맵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상반기 양양군 순수 토지 거래 면적은 180만㎡로, 3년 전인 2015년 상반기(156만5000㎡)보다 15% 증가했다. 1㎡당 거래 가격은 4만3000원으로, 3년 전(2만3000원)보다 87% 상승했다.

과거 양양은 설악산 주요 관광지를 품은 속초와 대관령을 품은 강릉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돌아가야 했던 길이 직선으로 뻗으면서 양양을 찾거나 양양을 거쳐 강원 지역 주요 관광지로 가는 사람이 크게 는 것이다.

세컨드 주택 바람도 한몫을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3년 전부터 부자들 사이에서 속초에 세컨드 아파트를 사는 유행이 시작됐다”면서 “양양도 그런 영향을 받아 주택 수요가 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서핑 족들이 모이는 이른바 ‘서퍼비치’로 주목을 받은 것과, 보통 직선에 가까운 동해의 다른 해안과 달리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가져 경치가 좋다는 점도 양양이 주목을 끄는 이유라고 박 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양양 부동산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양군이 해안을 따라 해수욕장 배후지역을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라 개발 여건이 좋아 사계절 휴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합수 위원은 “논의가 중단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등이 추진되면 설악산 관광객까지 양양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도로와 주변 기반시설이 계속 갖춰지면 투자 수요가 더 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