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 화재를 계기로 자동차 결함 관련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때 교환·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명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BMW와 같은 화재 사건에선 실효성이 없다. 중대 하자가 2회,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했는데도 또 하자가 발생해야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데, 한 번의 화재로 차가 모두 불타버리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강제성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레몬법은 미국에서 겉은 멀쩡한데 속이 썩어 있는 경우가 많은 레몬에 빗대 자동차·전자제품 하자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은 중재기관이 조정을 하고, 조정이 안 되면 보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소비자보호원에서 중재는 하고 있는데, 강제성이 없어 레몬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민법상 '원고 입증 책임' 원칙도 문제다. 자동차 회사들이 "결함이 없다"고 버티고 자료 제출 요구도 응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원·피고 양측이 혐의 입증과 관련된 모든 증거 자료를 공개한다. 답변을 회피할 경우엔 요청한 증거가 사실인 것으로 간주하거나 법정모독죄로 처벌된다. 전문가들은 BMW 화재처럼 동일한 결함으로 비슷한 피해가 여럿 발생한 경우,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덜어주고 제조사가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함을 인지하고서도 늑장 대처하는 경우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회사가 결함을 알게 되면 30일 이내에 소비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시정조치(리콜) 하도록 돼 있고, 안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그동안 결함을 인지한 시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소극적으로 활용해 거의 사문화됐다. 반면 미국은 결함을 안 지 5일 내에 리콜하도록 돼 있고, 안 하면 최대 수천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행정 당국에 거짓말한 죄로도 처벌받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거액의 배상금도 부과한다.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의 필요성도 나온다. 법무법인 해온의 구본승 변호사는 "제조사들은 한국의 이런 법 실태를 알기 때문에 결함을 발 빠르게 시정하기보다, 버티거나 개별 소송에만 대응해 배상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