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AS·부품 사업부문 증시 상장 골자
합병비율 적정성 논란에 분할 법인-글로비스 합병 포함 안돼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 첫발..두 법인 추후에 합병할듯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곧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물적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모두 모회사가 보유하는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계획이었던 AS·부품 사업부문(이하 모비스 분할법인)을 인적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모회사의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배분하는 분할) 방식으로 설립한 뒤 증시에 상장하고, 이후 총수 일가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처분해 그 자금으로 모비스 분할법인 지분을 기아차로부터 일부 인수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하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첫발을 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합병비율 적정성 논란에 휘말려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지난 5월말 이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새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모비스 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비율 적정성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의 궁극적인 목표인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모비스 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은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 추후 재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모비스 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 후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 지분을 기아차에 넘기고, 기아차로부터 모비스 존속법인 지분을 넘겨받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최종적인 지배 구조는 '정의선 부회장→모비스(존속법인)→현대차→기아차'로 단순화하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된다.

◇ 현대차그룹, 문제점 보완한 새 개편안 막바지 작업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새 지배구조 개편안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추석 연휴 전(9월 22일)까지는 이사회를 열고 새 지배구조 개편안을 의결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개편안이 무산됐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요 기관, 외국인 주주를 만나 의견을 철저히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개편안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기존 골격을 최대한 유지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그룹은 1단계로 현대모비스에서 AS·부품 사업부(모비스 분할법인)를 떼어내 상장할 계획이다. 모비스 분할 법인 주식을 시장에서 공정가치로 평가받게 해 분할 및 합병비율의 공정성 논란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로는 현대차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중 약 10% 가량을 시장에 매각해 공정거래법 개편안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추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모비스 분할상장법인 지분 일부를 사들일 계획이다.

인적분할 시 주주 구성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똑같다. 현재 현대모비스 최대주주는 16.88%를 보유한 기아차인데, 총수 일가가 상장하는 신설법인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분할법인이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부문"이라며 "분할상장법인의 주가 급등 가능성과 추후 모비스 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할 때를 대비해 지분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분할법인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총수일가 상장사 지분율 규제 기준을 현행 30%에서 20%로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이 권고안 대로라면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인 29.99%는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조선DB

◇ 글로비스 합병 방안 안담겼으나…합병 및 지분 스와프 등 추후 추진될 듯

이번 개편안에는 현대모비스(012330)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086280)간 합병 계획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관투자자는 "현대차는 오너 지배력 강화보다 순환출자 해소에 중점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기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 일정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 입장에서는 그룹 지배력을 얻기 위해 모비스 존속법인 지분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 극대화 측면에서라도 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 합병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추후 총수일가와 기아차 간 주식 교환(스와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일가가 합병 글로비스(글로비스 + 현대모비스 분할상장법인) 지분을 기아차에 넘기고, 기아차로부터 존속 모비스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다. 이 경우 최종적인 지배 구조는 '정의선 부회장→모비스 분할법인 + 현대글로비스→모비스→현대차→기아차'가 된다.

◇ 현대차그룹 "주주환원정책 강화하겠다"

현대차그룹은 또 외국인 주주의 찬성표를 얻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인 주주의 경우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주식을 같이 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두 회사 주가 부양책을 함께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처럼 잉여현금흐름의 일정 부분을 배당 및 자사주 소각에 투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말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 △분할 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현대글로비스 존속) △대주주 일가의 합병 글로비스 지분과 계열사들의 존속 모비스 지분의 교환(사재 출연)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놨다. 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하면서 발생할 약 1조원대의 세금에 대해서도 완납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AS·부품)을 현대글로비스에 헐값에 넘기는 것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또 물류와 부품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없어 합병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대차그룹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한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계 투자자들은 물론, 국내 기관과 의결권 자문사 등이 잇따라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현대차그룹은 5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 방안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