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둘러보는 시진핑 - 지난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중국국가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자체 개발한 메모리(저장용) 반도체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산업이 탄생한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자국산(産)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의 자(子)회사인 YM 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는 7일(현지 시각)부터 미국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반도체 콘퍼런스인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 참가해 32단·64단 3D(입체) 낸드플래시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YMTC의 양스닝(楊士寧) 최고경영자(CEO)는 7일 기조연설에 나와 직접 제품을 설명할 예정이다.

낸드플래시는 PC나 스마트폰, 서버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고층 아파트처럼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시장에 들어오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공습 元年 될 2019년

YMTC는 이번 행사에서 공개한 낸드플래시 시제품 중 32단을 올 하반기부터 시험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96단, SK하이닉스는 7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올 연말까지 96단 제품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중국보다 3년가량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YMTC 측은 "이번에 공개하는 낸드플래시에는 '엑스태킹(Xtacking)'이라는 자체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높이고, 소비 전력은 줄였다"고 밝혔다. YMTC는 중국 우한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고, 난징에도 공장을 세워 내년 이후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중국의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시장 조사 업체들은 낸드플래시 가격이 내년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 난도가 높은 D램에도 중국 기업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이노트론은 내년부터 D램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위해 1000억달러(약 112조40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저급 제품이라도 낸드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도시바 등 해외 기업의 반도체를 수입하는 중국 기업들에 자국 기업의 반도체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저가 제품인 PC 시장부터 공략하고, 향후 고가인 서버(대용량 컴퓨터) 시장까지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韓, 투자 확대·인력 지키기로 맞대응

한국의 양대(兩大)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막대한 선제 투자와 인재 지키기로 맞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 제2라인 구축을 시작하고 3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경기도 이천 본사에 M16 공장 건설을 확정하고 15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고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내부 인재 지키기에도 발벗고 나섰다.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연봉과 성과급을 미끼로 한국의 반도체 인재들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경쟁사인 중국 BOE의 계열사로 취업한 직원에게 전직 금지 처분을 내리고 이를 어길 시 하루 1000만원씩 삼성디스플레이에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부 직원들에게 전직 금지 조항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상무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발 메모리 공습에 대비하려면 투자를 대폭 확대해 기술 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