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담 부서를 만들어 늘어나는 빈집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시는 최근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빈집 관리 부서를 신설하고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6일 밝혔다.
시가 빈집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해제된 정비 구역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서울에 빈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범죄 온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빈집을 살리고 서울 주택 부족도 해소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말 서울 25개 자치구에 도시재생사업구역 빈집 현황을 파악해 제출하라는 지시도 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빈집은 9만4668가구(2016년)에 달한다. 1995년 약 4만가구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 전체 364만 가구의 2.6%를 차지한다. 이 중 32%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에 몰려 있다. 이들 4구에 정비구역이 많기 때문이다. 정비 사업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집주인이 타지로 이주해 빈집이 생긴다. 사업이 예정대로 되지 않고 정비 구역이 해제되면 구역 내 집이 빈 채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에 따르면 철거나 빈집정비사업의 대상이 되는 빈집은 1년 이상 아무도 살지 않은 주택이다. 5년 미만의 미분양 주택이나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집은 제외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가 빈집 활용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대상은 2만2000가구 정도다. 시에서 지난 6월 현장 조사한 결과다. 1년간 전력을 거의 쓰지 않은(120㎾ 이하) 집들을 추렸다.
시는 2015~2017년에도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지역공동체 시설을 만들어 시세 80% 수준으로 임대하는 사업이었다. 리모델링 비용은 시에서 절반을 지원했다. 그러나 신청한 집주인이 많지 않았다. 3년간 38가구를 정비하는 데 그쳤다. 집주인이 개발을 앞두고 재산권 침해를 받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실시한 빈집 살리기 사업은 전담 부서가 없어 동력이 부족했기에 이번에는 부서를 신설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등으로 '빈집 쇼크'가 닥치기 전에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늘어난 노인 인구가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옮기면 그 집은 자연스럽게 빈집으로 전락한다"면서 "2050년에는 서울 내 빈집이 31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빈집이 늘면 주변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하고 상권도 위축된다. 장기적으로는 슬럼화돼 범죄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공희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는 "빈집 활용 정책은 고령화에 따른 도심 공동화와 청년 주거 문제 대응 정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계황 동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비 구역 등을 제외하면 사업이 가능한 빈집이 아직은 많지 않아 당장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를 하고 싶어도 리모델링할 여력이 없는 빈집을 정확하게 파악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대도시에서도 빈집은 적극 관리 대상이다. 도쿄는 2013년 기준으로 빈집이 전체 주택의 11%(81만 7000가구)를 차지한다. 2012년부터 빈집을 노인 공동체 시설로 쓰고 있다. 개보수 비용은 1곳당 1000만원이 지원된다. 일본 정부는 2015년에는 '공가(空家)대책특별조치법'도 만들어 화재 위험이 높고 범죄의 온상이 되는 빈집을 지자체가 철거할 수 있게 했다. 영국에서는 지자체들이 방치된 빈집을 보수하면 비용 절반을 주는 '빈집 개보수 보조금 제도'를 운영한다. 지은 지 10년이 넘고 18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택이 대상이다. 프랑스 파리는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시내 빈집을 평균 임대 가격 80% 수준으로 부동산 시장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