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모두 함께'(위아 더 월드) 고점을 찍은 뒤, 이후로는 반년 넘게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계속 괜찮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및 미국 금리 인상이 동시에 진행된 영향으로 신흥국은 버림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고, 선진국 증시에 집어넣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것이 미국 시장이고, 미국 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기업에만 자금이 몰렸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됐던, 이른바 팡(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열풍은 이렇게 점점 더 강화됐다.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 글로벌 투자회사 대표는 "물론 신흥국 중에도 괜찮은 나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패시브(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자금) 규모가 너무 커졌다. 돈이 빠져나가면 (좋은 신흥국 증시라고 하더라도) 지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이런 경우가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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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팡 내에서도 조금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개인정보 노출과 실적 둔화 조짐이 보이는 페이스북과, 가입자 수 증가세 둔화가 진행된 넷플릭스가 빠질 조짐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F(페이스북)와 N(넷플릭스)이 나갔으니 악(AAG)만 남았다"는 농담조의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 어쨌든 차별화 양상이다.

어쨌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그동안 왜 '팡'만 잘 나갔을까? 팡이 유독 잘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돈이 쏠린 영향이 있다. 주식투자를 위해 배분돼 있는 자금이 있는데, 다른 나라는 별로이고 미국만 믿을만해서 미국에 넣었고, 미국의 펀드매니저들은 살만한 기업이 없어서 그나마 검증된 '팡'에만 돈뭉치를 집어넣은 것이다.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으면서 빅애플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나, 이 또한 넘치는 돈들이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헤매다가 찾은 일시적인 안식처일 수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중국이 무역전쟁의 맞불을 놓았으나 미국은 '애플 파워'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애플이 완벽한 피난처일 수는 없다. 미국 또한 전쟁의 한복판이고, 글로벌 무역전쟁이란 전쟁에서는 튀어오른 파편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아직 남아있는 유동성의 힘으로 애플이 떠밀리듯 올라간 것일 수도.

하기야, 일시적인 피난처라도 있는 미국이 부럽다. 한국은 지금 주도주가 없다. 급락한 후에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데드캣(죽은 뒤 튕겨오르는 고양이)처럼, 간혹 2300선을 회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