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의 기록적 폭염에 에어컨을 끌 수도 없고 시원하게 온도를 낮추려니 전기료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몰라 망설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또는 ‘전기요금 폭탄'이 겁나서 에어컨 끄고 켜기를 반복해도 보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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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 설정 온도 2도 높이면 매일 전기료 574원 덜 내

LG전자는 최근 실내 에어컨 설정온도 2도(℃) 차이가 전기요금 차이를 얼마나 발생시키는지 실험을 해 봤습니다. 희망 온도 26도로 2시간 강풍 운전했을 때와 희망 온도 24도로 2시간 강풍 운전했을 때를 비교한 결과 한달 기준 1만7320원의 요금 차이가 나고, 하루 기준 574원, 한시간 기준 23.91원의 요금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실험은 실내 온도 33도, 실외 온도 35도 조건의 18평 실험실에서 18평형 인버터 에어컨으로 진행했습니다.

희망 온도 26도로 2시간 강풍 운전했을 때는 소비전력량은 약 1.15kWh(시간당 킬로와트)였습니다. 2시간씩 하루 4회 총 8시간 사용할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한달(30일) 소비전력량은 138kWh(1.15×4×30=138)로 계산됐습니다.

에어컨 소비전력만 고려한 한달 전기요금(138kWh)은 1만1120원이고, 누진세를 고려해 4인 가족 평균 월소비전력량인 300kWh를 사용하는 가정집의 한달 전기요금(300+138=438kWh)으로 환산해보니 26도로 하루 8시간을 냉방할 경우 전기요금은 8만4360원으로 추산됐습니다.

희망 온도를 2도 낮춰 24도로 2시간 강풍 운전했을 때 소비전력량은 약 1.6kWh로 26도로 맞췄을 때 보다 0.45kWh 증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시간씩 하루 4회 총 8시간 사용시 한달(30일) 소비전력량은 192kWh(1.6×4×30=192)로 계산됐습니다. 에어컨 소비전력만 고려한 전기요금(192kWh)은 한달 기준 1만6840원으로 26도로 냉방운전 했을때 보다 5720원 늘었습니다.

4일 가족 평균 월소비전력량인 300kWh을 사용하는 가정집의 전기요금(300+192=492kWh)은 10만1590원으로 추산됐습니다. 26도 냉방운전과 비교하면 한달에 1만7230원이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574원, 시간 단위로 바꾸면 23.91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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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 전기료 아끼려면 자주 끄지 말고 켜두는게 ‘이득’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을 잠깐 켰다가 끄고 더워지면 다시 켜는 식으로 이용하지만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에어컨을 끄면 실내온도가 다시 올라가는데 다시 냉각시킬려면 전력소모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최근 이와 관련한 실험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를 통해 중간에 껐다 켜는 것 보다 3시간 정도는 오히려 그냥 계속 켜두는 게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실험 환경은 위 실험과 동일합니다. 최근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18평형 인버터 에어컨으로 시간별 전력 소모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내온도 33도, 희망온도는 26도로 설정했습니다.

실험 결과, 에어컨을 켠 뒤 첫 1시간 동안의 전력 소모는 0.8kWh였지만 희망온도(26도)에 도달한 이후 에어컨의 1시간 전력 소모는 절반인 0.4kWh으로 떨어졌습니다. 3시간 동안 전력소비량은 1.6kWh(0.8+0.4+0.4=1.6)로 측정됐습니다.

이와 달리 1시간은 에어컨을 끄고 2시간만 에어컨을 켜봤습니다. 처음 1시간 동안 에어컨을 켜고 1시간 동안은 껐다가 실내 기온이 올라간 뒤 1시간을 또 다시 가동한 겁니다. 총 2시간 가동에 전력 소모량이 1.6kWh로 나타나 3시간을 연속 냉방했을 때와 동일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1시간 단위로 켜고 끄지 않고 더 빈번하게 조작했다면 전력 소모는 더 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누진제는 현재 3구간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1구간인 200kWh 이하는 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 187.9원, 3구간(400kWh 초과) 280.6원의 단위당 요금이 붙습니다.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이상 트는 4인 가구라면 여름철에 거의 모두가 누진제 최고 구간인 3구간 요금을 적용받는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4인 가구가 월평균 300kWh를 소비하는데,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만 돌려도 400kWh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4인 가구가 누진제 최고요금 구간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에어컨을 자주 껐다 켜지 말고 에어컨 희망 온도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