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일(현지시각) 미국기업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면서 화제로 떠올랐지만, 애플 못지 않게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침몰하는 거함 취급을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미국 나스닥의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MS는 2일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1.21% 오른 107.5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5일에는 110.83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MS는 시가총액 8249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를 두고 구글(8545억달러), 아마존(8849억달러) 등과 경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출의 99%가 광고 매출인 페이스북보다는 MS의 투자 매력이 더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 나스닥 랠리를 이끌었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에서 페이스북을 빼고 MS를 넣어 MAANG(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비중이 높은 페이스북보다 수익 구조가 다양한 MS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MS로서는 2000년대 IT 버블 이후 18년 만에 다시 주도주 자리를 되찾는 셈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지난달 26일 19% 급락한 이후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S 주가 흐름

◇ 낡은 윈도 버리고…클라우드 퍼스트로 부활

2000년 IT 버블 때 최선호 우량주로 각광받았던 MS는 이내 기울기 시작하다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PC 일변도였던 IT기기 시장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보급되던 때다. MS가 운영체제(OS) 시장의 최강자였다 보니 스티브 발머 전 CEO는 윈도 중심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2010년에는 스마트폰용 OS ‘윈도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던 애플과 구글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MS의 당시 시장점유율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쇠퇴의 정점에 선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새로운 CEO로 취임했다. 온리 윈도(Only Window)에서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라는 비전을 새로 제시했다. MS 오피스가 모든 운영체제에서 작동되게 만든 것이다. OS를 사실상 포기하고 클라우드에 주력하면서 회생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MS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Cloud), 사물인터넷(IoT)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MS의 올해 2분기 매출 비중은 상품이 57%, 서비스 및 기타가 43% 수준이다. 다양한 사업으로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에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에서 커머스, 클라우드로 바뀌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머신러닝·애널리틱스 기능을 강화한 애저 클라우드와 오피스365·다이나믹스365가 높은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 서버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서비스다. 애저는 데이터를 외부 업체의 클라우드에서 보관하는 퍼블릭 클라우드다. 오피스365는 업무용 문서 클라우드, 다이나믹스365는 전사적지원관리(ERP·기업통합정보) 시스템이다.

조선DB

◇ 반면 페이스북은…이용자 이탈 조짐 보이면서 추락

반면 페이스북은 올해 2분기 기준 광고 매출 비중이 99%, 결제 및 기타 수수료가 1%다. 광고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압도적 시장 지배업체라 매출 비중이 큰 단점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페이스북의 올해 2분기 MAU(월평균이용자수·Monthly Active User)는 22억3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성장률로 1.7%로 쇼크 수준이었다. 지난 1분기 MAU 성장률은 3.1%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NS 특성상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페이스북이 이를 알고 있으면서 수 년 간 감춰왔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실망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하반기에도 MAU 성장 둔화 및 실적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애플 외에 아마존, 구글(알파벳), MS 등도 2일 동반 상승했다. 아마존과 구글, MS는 지난달 25~26일 사상 최고가를 찍고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페이스북도 2% 넘게 오르기는 했으나 최근 하락 추세이며, 넷플릭스도 다소 부진한 편이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도 ‘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