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1일 오후 1시 강남역 인근의 한 카페. 음료를 주문하는 동안 직원은 음료를 매장에서 마시고 갈 것인지, 들고 나갈 것인지 묻지 않았다. 주문한 커피는 일회용 잔에 나왔다. 이날 이 카페 10여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모든 손님이 일회용 잔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있었다. 계산대 뒤로 직원들이 커피를 타는 공간에는 유리잔이나 머그잔이 보이지 않았다. 카페 직원은 "(일회용컵 규제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 머그잔 준비를 못했다"면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근의 대형 커피 전문점에서는 매장을 채운 손님 대다수가 유리잔을 사용 중이었다. 음료를 주문하자 직원은 "드시고 가면 머그잔에 준비해도 될까요?"라면서 머그잔 사용을 권했다. 일회용 잔에 담아줄 수 있냐고 묻자 직원은 "오늘부터 단속이 들어오기 때문에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면 일회용 잔 사용이 어렵다"면서 "음료를 다 마시기 전에 자리를 비울 경우, 마시고 있던 음료를 일회용 잔에 담아주겠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환경부는 이달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안에서 일회용 잔을 사용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태료는 매장 규모와 위반 횟수에 따라 5만원에서 50만원인데, 3번 이상 적발되면 200만원까지 늘어난다. 원래 7월 한 달간 계도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과태료 부과 기준이 달라 환경부는 이날 기준을 통일시켜 2일부터 단속을 시작하기로 했다.
정부는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유리잔이나 머그컵을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데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모호해 매장별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21개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은 그나마 두 달 전부터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원활하게 일회용 잔 제한에 동참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개인 커피 전문점은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브랜드조차도 환경부 조사 결과 7월 한달 간 다회용 잔을 손님에게 권한 비중이 44%에 불과했다.
비용도 고민이다. 일회용 잔을 대체할 유리·머그잔이 지금보다 많이 필요한 상황. 사용한 잔을 씻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해야 하는 업무도 증가한다. 강남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잠깐 앉았다 갈테니 일회용 잔에 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고, 들고 나간다고 해서 일회용 잔에 담아줬더니 자리잡고 앉는 손님도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 전문점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일회용 잔 사용을 규제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커피 전문점이 사용한 일회용 잔은 61억개에 달했다. 이 중 재활용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사용량을 40억개로 약 35% 줄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