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홀로 이끄는 반도체 업종의 투자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설비 투자가 넉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넉달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2000년 9월~12월 이후 17년 6개월만이다.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광공업 생산 등 생산지표도 악화됐다.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석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생산을 포함하는 전(全)산업 생산도 석달만에 줄었다. 제조업평균가동률 역시 지난 3월 이후 석달만에 하락했다.

향후 경기흐름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다섯달째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째 기준선 100아래에 머물렀다.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8년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6월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5.9%, 전년동월대비 13.8% 감소했다. 전월대비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넉달 연속 줄면서 17년6개월만에 최장기간 감소세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4.9%)가 증가했지만,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특수산업용 기계투자(-9.9%)가 줄어든 것이 설비투자 감소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평균 반도체제조용기계 수입은 지난해 6월 854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6월은 5680만달러로 전년대비 33%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연평균 15% 이상 증가했던 반도체 관련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설비투자가 빠르게 조정받는 모습이다. 향후 설비투자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국내 기계수주도 전년동월대비 15.2% 감소했다.

투자 경기의 또 다른 한 축인 건설투자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월대비 4.8%, 전년동월대비 7.7% 감소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사무실·점포 및 주택 수주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건축, 토목공사 실적은 각각 전월비 3.8%와 7.6%, 전년동월비로는 5.5%와 13.4% 감소했다. 건설수주 또한 주택, 공장·창고 등 건축(-16.9%) 및 도로·교량, 철도·궤도 등 토목(-22.6%)에서 모두 줄어들어 전년동월대비 18.3% 감소했다.

투자 관련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생산 활동 전반에 악영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제조업과 서비스 생산이 포함된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7%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 3월(-0.9%) 이후 석달만이다. 전년동월대비로는 0.0%를 나타났다.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도 전월비 0.6%, 전년동월비 0.4%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11.2%)이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자동차(-7.3%), 화학제품(-3.6%) 등 주력 상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부품의 국내외 수요가 감소한 것이 제조업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태양광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일부 대형 사업장이 설비보수에 돌입한 것이 화학제품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 4, 5월 증가세를 나타냈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에 비해 0.5% 하락한 73.5%에 그쳤다. 제조업 재고도 자동차 재고 증가 여파로 전월대비 1.1%, 전년동월대비 8.4% 늘어났다.

그나마 소비 경기 회복 강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늘어 석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승용차 등 내구재(-2.8%)가 감소했지만, 월드컵 특수 등에 영향받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0%)와 신발 및 가방 등 준내구재(1.4%) 판매가 늘어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4.0%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비 0.2%, 전년동월비 1.7% 증가했다. 전문·과학·기술(-3.3%) 등에서 감소했지만 보건·사회복지(2.4%), 금융·보험(0.9%) 등에서 증가했다. .

향후 3~6개월 이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하락해 100.0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월 이후 다섯달째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대비 0.2포인트 하락한 99.4를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기준치 100 아래에 진입한 것은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에 부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