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로 수소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수소 생산 속도를 100배 높일 수 있는 촉매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김광수 UNIST 자연과학부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현재 상용화된 백금 촉매에 쓰이는 백금의 80분의 1만 사용해 수소 생성 활성도를 100배 높이는 새로운 수소 생산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 30일자(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수소는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들고 물만 배출하는 청정 신재생에너지원이다. 석탄이나 석유처럼 이산화탄소 같은 탄소화합물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 문제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수소 생산 기술이 비싸 아직 널리 쓰이지 못하는 형편이다.

수소를 얻는 대표적 방법은 물(H₂O)을 전기로 분해해서 산소 기체(O₂)와 수소 기체(H₂)를 만드는 ‘수전해 반응’이다. 이때 수전해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가 필요한데 현재 백금을 주로 활용한다. 그러나 백금은 매장량에 한계가 있는데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김광수 교수(가운데)와 연구진.

김광수 교수가 이끄는 초기능성물질연구소는 효율적인 수소 생성 방법을 찾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제1저자인 티와리(Tiwari) UNIST 화학과 연구교수와 설탄(Sultan)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질소(N)가 도입된 탄소나노튜브(CNT)에 극미량의 백금을 도포한 촉매를 개발했다. 대나무 마디처럼 생긴 이 튜브는 내부에 코발트(Co), 철(Fe), 구리(Cu) 금속 나노입자들이 들어 있다. 이들 여러 성분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백금이 가진 특성을 높여 수소 발생 활성도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백금 표면은 수소를 붙잡아두는 에너지가 적다. 이런 이유로 백금 촉매를 이용하면 물 분자에서 분해된 수소 원자들끼리 쉽게 만나 수소 기체(H₂)로 바뀐다. 하미란 UNIST 화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촉매 활성을 계산해 “새로 개발된 촉매에서는 여러 성분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백금이 가진 특성을 더욱 증강시키고, 수소를 붙잡아두려는 에너지가 거의 0에 가까워져 수소 기체를 만드는 효율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명창우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백금 원자 하나와 백금 나노뭉치가 있을 경우의 촉매 활성을 모델링했다. 그 결과 백금 원자들이 백금 나노뭉치들과 섞였을 때 촉매 표면의 전도성이 증가해 수소 발생 효율이 훨씬 좋아진다는 새로운 과학적 현상을 규명했다.

이같은 모델링에 의한 예측 결과를 토대로 촉매의 매우 복잡한 표면 구조를 실험적으로 원자 수준에서 관측하고 모델링의 정확성을 입증해 수소 생성 활성도가 개선되는 이유도 규명할 수 있었다.

김광수 교수는 “이번 연구의 중요성은 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인 새 촉매를 개발했다는 점”이라며 “수소 기반 에너지 산업의 걸림돌이었던 백금 촉매의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잡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