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코스닥 상승세를 주도했던 바이오 붐이 흔들리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줄줄이 폭락하며 투자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녹십자랩셀·차바이오텍 등 코스닥 주요 기업들은 올 최고치에 비해 주가가 절반가량 떨어졌다. 이 기업들의 주가는 26일 2~5%씩 반짝 반등했지만 당분간 주가 요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도 최근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오주(株) 폭락 사태로 바이오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에 불어닥친 악재로 인해 당분간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은 어쩔 수 없지만 신약 개발과 기업 실적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6개월 동안 반 토막 난 바이오 기업 속출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일부 바이오 벤처의 신약 개발 성과가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일부에서는 '바이오'라는 간판만 달아도 주식 시장에서 대박이 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상승세가 꺾인 것은 바이오 기업의 회계 처리 기준에 대한 금융 당국의 대대적인 감리가 시작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사태가 터지면서부터다.

최근 잇따른 악재 탓에 현재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기업에 대한 작은 루머나 추측이 나와도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5일 증권가에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착수한 바이오 기업 테마 감리 결과가 8월 초 나온다'는 내용의 지라시(사설정보지)가 퍼졌다. 이 지라시 정보는 금감원에서 1년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밝히며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바이오주의 급락세를 막지 못했다. 근거 없이 나온 루머에 바이오 주가가 흔들린 것이다.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도 최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시험에 문제가 생겨 중단될 수 있다'는 루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 23일 회사 홈페이지에 간암 치료제 펙사벡을 비롯한 모든 개발 신약의 임상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당일 주가가 13% 넘게 떨어졌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연구원은 "바이오주는 대부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감만으로 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으로 루머에 취약하고 더 충격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 옥석 가리는 기회 될 수도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주가(株價)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을 보면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50이 넘는 경우가 많다. 평균 10~15 정도의 PER을 보이는 외국 제약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PER도 10을 넘지 않는다. 또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926개 바이오 기업 중 매출 발생이 거의 없는 기업이 30.3%(281개), 손익분기점 미만 매출 기업은 37%(343개)나 된다.

추가 악재로 인해 바이오주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아직 부정적인 요소가 있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금융 당국에서 바이오 업체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 처리에 대한 감리를 더 넓혀갈 방침이다. 금감원은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 처리 지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산으로 분류했던 R&D 투자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기업이 늘면서 바이오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금감원이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혐의에 대해 재감리를 벌이는 것도 악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바이오업계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들이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 실적 발표 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 기술력을 갖춘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신뢰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