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밝힌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방안과 관련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먼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건 이후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종합구상(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가 기약없이 밀릴 것으로 보이면서 여의도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마스터플랜이 확정된 이후 개별 재건축 단지들의 심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인데, 발표가 지연되면 이들 단지의 사업 또한 그만큼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 시점은 애초 예상됐던 8~9월을 기약하기 어려워졌고 시기 또한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힘들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에 대해) 언제라고 시기를 특정짓기 어려워졌다"면서 "정부와 보폭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2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의도 도시계획은 서울시장의 권한"이라며 지연 가능성이 적다고 시사하긴 했지만, 마스터플랜 발표가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국토부와 일정 조율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영등포구는 여의도 지역의 강세로 0.23% 올라, 전 주(0.24%)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5개 자치구 중 3위다.

시는 지난 18일 도시계획위원회에 초안 자문을 했고 보완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이르면 다음달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서울시 심의에서 줄줄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과 시범아파트.

지난달 20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시범아파트 정비계획 변경안과 공작아파트 정비계획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안이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심사대에 올랐지만 심의 보류 판정을 받았다. 공작아파트 정비계획안은 이달 19일 두 번째 심의에서도 보류 처리됐다.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고 있어 확정된 이후로 넘겨 서울시 플랜과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 마스터플랜에 따라 개별 단지들의 재건축 계획이 묶여 움직일 가능성이 큰 데, 확정 발표 시기도 기약이 없어지면서 여의도 주민들의 불만은 커졌다. 마스터플랜에는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을 허용하고 종전보다 기부채납 비율도 높이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한 관계자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답답해하는 여의도 주민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여의도 주민들은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많아 조금이라도 재건축을 빨리 추진하고 싶어하는데, 발목이 잡히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제형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은 "동 일부가 기울고 금이 가는 등 안전사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국토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로 개별 단지의 재건축이 미뤄지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크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의도 재건축 단지 한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가 협의가 덜 된 걸 발표해서 괜히 여의도를 들쑤시는게 아닌가 싶다"면서 "종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비율이나 내용 등을 놓고도 조합의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발표 시기가 많이 지연될 경우, 마스터플랜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뒤 발표 없이 개별 단지 심의를 우선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럴 경우 '깜깜이' 심의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국토부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마스터플랜 발표로 나타날 수 있는 투기 억제책을 동시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며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며 여의도 개발구상을 언급했다. 이후 일대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수억원씩 오르고 매물이 사라지는 등 과열 현상이 빚어졌다.

이에 김현미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해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개발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