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료기기 개발자의 '눈'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 글로벌 아이케어 선도기업인 알콘은 최근 출시한 다초점 인공수정체 '팬옵틱스(PanOptix) '의 아시아지역 첫 테스트베드로 한국 안과시장을 낙점했다.
알콘이 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팬옵틱스 임상시험은 국내 의료기기 첫 임상연구이자, 알콘의 아시아지역 연구개발의 시발점이다. 팬옵틱스는 백내장과 노안 교정 수술 시 삽입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60cm 거리의 시력을 개선해 스마트폰 혹은 모니터를 많이 보는 한국인에 적합한 의료기기다.
프랑크 르베일러(Franck Leveiller·사진) 알콘 글로벌 R&D 총괄이자 수석 부사장은 최근 조선비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아시아 지역 팬옵틱스의 임상시험을 처음 시작하게 돼 기쁘다"라며 "한국은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적합한 연구개발(R&D) 거점"이라고 밝혔다.
알콘은 올해 1월부터 한국의 대학병원과 협력해 백내장 환자가 팬옵틱스를 양쪽 눈에 삽입했을 때 시력의 변화를 알아보는 시판 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임상 참여 환자는 40명이며 총 80개의 눈을 대상으로 올해 10월까지 팬옵틱스의 수술 후 최대교정시력 등을 평가한다.
알콘이 이처럼 중국,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를 제치고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이유는 국내 임상 결과가 갖는 높은 가치 때문이다. 한국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 높고, 아시아인 대상 안과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기 용이한 지역이라는 판단에서다.
◇ 미국과 다른 한국…"한국인의 안(眼) 질환 특성 파악 중요성 깨달아"
르베일러 부사장은 "한국은 임상시험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러 모델이 있고 우수한 병원을 갖고 있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오래 전 알콘에서는 '미국 고객이 만족하면 전세계 고객도 만족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졌으나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 팬옵틱스는 2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해 수술 후 사용경험에 대한 많은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임상시험에 따르면 팬옵틱스는 기존 인공수정체가 갖고 있었던 '달무리'나 '빛 번짐' 현상 등 불편함을 최소화해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환자에 대한 임상 결과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알콘은 과거 유럽과 미국 데이터만으로 국내 제품 판매를 진행했으나 최근 국내에서 백내장과 노안을 겪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맞는 의학적 수요를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알콘은 녹내장 수술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면서 지역마다 다른 환자 특성을 고려해 시장 진출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시장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한국의 안과 전문의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로부터 같은 녹내장 환자일지라도 유럽에서는 '개방각 녹내장' 환자가 많은 반면, 아시아지역은 '폐쇄각 녹내장'이 많고 한국이나 일본은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가 더 많다는 차이를 확인한 것이다.
그는 "당시 우리가 유럽과 미국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폐쇄각 녹내장이나 정상안압 녹내장 적응증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전문의들과의 논의가 아시아 환자의 니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됐다" 고 말했다.
◇ "3년 내 알콘 아시아 R&D센터 마련"…한국은 주요 후보지 중 하나
르베일러 부사장은 이번 팬옵틱스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한국이 알콘의 아시아 지역 연구개발(R&D)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 9위의 생산규모로 정부 차원에서 정부 차원에서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아 기업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콘에서 글로벌 연구개발의 총 지휘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알콘의 기술 및 제품 개발과 국가별 허가 규제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그의 팀에서 이뤄진다. 그에게 한국은 아시아 지역 시장의 수요를 확인하기 좋은 지역일 뿐 아니라 매력적인 재투자처이기도 하다.
르베일러 부사장은 "미래에도 아시아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3년 안에 알콘에게 아시아 지역내 R&D 기반 마련 및 확장은 주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한국은 좋은 후보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노바티스와 알콘이 3년 반 전부터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베릴리와 함께 개발 중인 '스마트렌즈 프로젝트'도 국내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스마트렌즈는 인공수정체를 통해 당뇨환자에게 필요한 혈당을 자동 측정하거나 원근 조절이 가능하도록 개발하는 글로벌 최신 의료기기이다.
르베일러 부사장은 "현재 스마트 렌즈 프로젝트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 내 인접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임상 시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적으로 규모가 확장되면 한국도 스마트렌즈를 테스트하는 테스트 베드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알콘이 바라는 미래 R&D는 한국이 향후 알콘 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시아 인재들과 함께 아시아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