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서울대는 새 중앙도서관인 '관정(冠廷)도서관'을 개관하면서 열람실에 조명 1000여개를 설치했다. 미국 하버드대 등 유명 대학 도서관들처럼 학생들이 개인 조명 아래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조명에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최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쓰였다. 하지만 3년도 지나지 않아 조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고철이 됐다.
서울대 도서관은 지난달 열람실에 있던 조명 400여개를 철거했다. 조명 지지대가 구부러지거나 부러져 더는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명은 대당 22만원으로 그간 교체비와 철거비를 합치면 지금까지 피해액만 1억원 가까이 된다.

서유근 인턴기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년) 서울대 관정도서관 열람실에 설치된 개인 조명 모습. 대당 22만원짜리 고정식이다.
서울대 제공 서울대 관정도서관 열람실에 설치된 개인 조명의 목 부분이 꺾여있다.


조명을 부러뜨린 것은 학생들이다. 일부 도서관 이용자들이 고정된 조명을 만지다 파손됐다는 것이다. 재학생 김모(25)씨는 "열람실에서 노트북이나 독서대를 쓰는 학생들이 조명 위치가 불편하다며 조명을 구부리거나 꺾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고정식인 줄 모르고 실수로 부러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도서관 직원들이 매일 열람실을 순찰하며 안내도 했다고 한다.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도 '조명 파손하지 맙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하지만 파손은 계속됐다.
결국 서울대 도서관은 수리를 포기하고 파손된 조명을 철거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도서관 측은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이번 철거 후에는 새 개별 조명은 설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정도서관은 삼영화학그룹 창업자인 이종환 관정교육재단 이사장이 600억원을 기부하고 동문·재학생·교직원·외부 인사들이 모은 100억원 등으로 지었다. 이종환 이사장은 도서관 개관 당시 "요즘 학생들은 느끼지도 못했을 피와 땀으로 지은 것"이라며 "할아버지·아버지가 고뇌하며 이루지 못했던 꿈과 희망을 이곳(도서관)에서 성취해 달라"고 했었다. 열람실 개별 조명 설치에는 1억2600만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