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하나 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기에 예대 마진이 늘었고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에도 대출수요가 크게 꺾이지 않은 결과다. 일부 회사는 일회성 요인도 있었다. 다만 하반기를 포함한 연간 실적 전망은 밝지만은 못한 상황이다.

조선DB

◇ 이자장사로 상반기 사상최대 실적...일부는 일회성 요인도

KB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9%(548억원) 증가한 1조9150억원으로 2012년 금융지주 설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없이 역대 최대수준의 상반기 실적을 기록한 것은 견조한 대출 성장세와 비은행 부문의 호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KB손해보험 염가매수차익 등 지분인수 관련 영향(1407억원)과 BCC 관련 이연법인세 영향(1583억원) 등 일회성 이익 등이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이런 요인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4조34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0.8% 늘었다. 대출성장세에 힘입어 은행 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비은행 계열사의 이자이익 기여도 확대됐다.

상반기 순수수료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8.8% 늘어난 1조2247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은 "ELS, ETF 판매 호조에 따른 은행 신탁이익 증가와 주식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증권업수입수수료 확대 영향으로 수수료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6월말 기준 관리자산(AUM)을 포함한 총 자산은 719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7.1% 성장했다. 자산건전성도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5.14%, 보통주 자본비율은 14.59%였다.

핵심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은 상반기 1조35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1.9% 늘어난 수준이다. 2분기 은행 당기순이익은 663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가 줄었다. 그러나 1분기에 서울 명동사옥 매각 관련 일회성이익(세후 834억원)이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전분기보다 당기순이익이 9.3% 늘었다.

원화대출금은 6월말 기준 244조2000억원으로 전년말보다 4.0%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은 1.71%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2015년 지주회사 설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30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5%(2728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없이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시너지 효과가 안정적으로 이익에 반영된 결과"라며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 모두 반기와 분기 기준으로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이자이익(2조7420억원)과 수수료이익(1조2031억원)을 합한 누적 핵심이익(3조9451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5156억원) 증가했다. 6월말 신탁자산(AUM) 102조9000억원을 포함한 총자산은 476조1000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은 주당 4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주력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1조1933억원(2분기 56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19.5%(1945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 이자이익(2조5825억원)과 수수료이익(4382억원)을 합한 누적 핵심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7%(3171억원) 늘어난 3조207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6%, 연체율은 0.3%를 각각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3059억원을 올렸다. 이는 작년 상반기(1조984억원)보다 18.9% 늘어난 것으로 경상이익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부문과 자산관리 중심의 수익구조 개선 및 철저한 리스크 관리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결과"라며 "내년 초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수익기반 다변화 등을 통해 성장 기반이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상반기 이자이익은 2조76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2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이 늘어나고 저원가성 예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비이자이익은(5815억원) 1746억원 줄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51%, 연체율 0.33%을 각각 기록했다. 글로벌 부문과 투자은행(IB) 및 트레이딩 등 자산관리 부문의 손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전체 경상이익의 43%를 차지했다.

다만 우리은행의 경우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 우리은행은 STX엔진 관련 대손충당금 환입에 따른 일회성 이익도 호실적을 견인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과거 STX엔진 관련 총 15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STX엔진 매각이 이뤄지면서 10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가 발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TX엔진 등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하면서 충당금 환입효과가 더해졌다"고 했다.

◇ 신한지주 리딩뱅크 탈환은 어려울듯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4일 실적을 발표한다. 작년 이맘때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후 탈환을 꾀했지만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한 1조1967억원,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2.3% 감소한 8815억원이다.

NIM이 소폭 상승하고 양호한 대출 성장률로 순이자 이익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또 2분기 국민행복기금 카드채권 매각으로 270억원의 일회성 이익도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2조9481억원을 기록했다.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KB금융에 밀려 9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의 주인공도 KB금융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 하반기 금리 규제·경기 모멘텀 약화 우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상반기 뛰어난 실적을 보였지만, 하반기 수익성은 둔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일부 은행들이 대출이자를 부당수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관련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시장금리 인상 부분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면 NIM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NIM 개선 효과는 마무리되는 모습"이라며 "가산금리 규제 등으로 NIM 개선폭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기 모멘텀이 약화하는 것도 하반기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 증가율(6%)이 작년(15.6%)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가운데 건설, 고용 등 내수 관련 지표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수요 둔화가 기업의 재고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생산활동이 주춤하고 신규 설비투자도 제한되고 있다. 도·소매업, 음식, 숙박업 등 자영업 관련 지표 또한 부진한 양상을 띄면서 지역 경기에 민감한 지방은행들의 실적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관련 불확실성 확대는 하반기 은행업종에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입장에서 예대마진이 개선돼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지만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며 "당장이야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닥쳐올 위험(리스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