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르포]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출정식 현장 취재
-회사는 일감 없어 880명 휴업 중, 해양플랜트공장은 가동 중단 예정
-2014년부터 5년 연속 파업…회사측 "상황에 맞지 않고 명분 없어"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파업예고, 삼성중공업도 노사 갈등


"5~6년 전에도 (회사가) 어렵다고 했던 말을 지금도 하고 있다."
"노동자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다."

19일 오후 2시 40분 울산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울산조선소는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꽹과리‧장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소조립공장 앞 광장 앞으로 빨간 우산을 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소조립공장 맞은편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무실이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9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파업을 시작한 뒤 노조 사무실 앞 민주광장에 모여 ‘2018년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9일 연속 폭염 경보가 내려진 울산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더웠다. 최고 기온이 34.1까지 치솟았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할 정도로 야외활동에 적합하지 않은 날씨였다.

노조는 무더위 속 출정식을 위해 빨간 우산과 함께 수건, 얼음물, 조끼 등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지급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빨간 우산을 쓴 것은 2014년 파업 이후 처음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부터 5년 연속 파업 중이다. 조끼 뒤에는 ‘임단협 승리’, ‘고용안정 쟁취’, ‘원하청공동투쟁’ 등이 적혀 있었다. 노조는 이날 분사와 아웃소싱 방침을 중단하고, 해양플랜트사업부 고용 안정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출정식을 30분 동안 진행한 뒤 조선소 안에서 행진을 하다가 해산했다.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출정식이 끝나자 퇴근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한 노조는 오는 20‧23‧24일에는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파업을 하는 것은 1994년 이후 24년 만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출정식에 전체 조합원 1만2000명의 10% 수준인 1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고, 회사는 600여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4년 파업 당시까지만 해도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집회에 참석했지만, 5년 만에 5분의 1(회사 추산치) 토막이 났다.

19일 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에 ‘임단협 승리’, ‘고용안정 쟁취’, ‘원하청공동투쟁’ 등이 적혀 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올해 기본급 7만3373원 인상, 성과급 250%+α(알파), 자기계발비 약 15만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본급 인상분(약 7만3000원)과 자기계발비(15만원)를 매달 받고, 연말에 성과급 250%(기본급 210만원 기준)를 받을 경우 임금 인상분은 연간 792만원 정도이다. 2008년 조선업이 호황일 때 요구했던 수준이다.

회사는 기본급 동결, 20% 반납, 월차유급휴가 폐지 후 기본급화 등을 제시한 상황이다. 노조는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여름휴가 전에 원하는 임단협 결과를 받아내기 위한 동력으로 파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일감이 없어 880명이 휴업 중일 뿐 아니라 해양공장이 가동 중단 예정인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600명이 근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본부는 오는 8월이면 모든 일감이 떨어진다. 오는 하반기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회사는 인력 2600명에 대한 전환배치 등을 고민 중이다.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서도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냈다. 노조원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면서 쟁의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도 노동자협의회와 임단협을 진행 중이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