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을 둘러싼 소상공인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자 카드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상공인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매번 깎아온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더이상 낮추는 것은 카드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간 신용카드 회사가 본연의 업무인 카드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내고 대출로 먹고사는 사실상 대부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업계는 “가격 결정에 더이상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된다”며 “시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DB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 2007년 이후 11년 간 카드 수수료율을 9차례 인하했다. 지난 2007년 8월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영세가맹점 및 일반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상한(4.5%)을 각각 2.3%, 3.6%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2014년을 제외한 매해 카드 수수료는 인하됐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경과.

지난 2016년에는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이 기존 1.5%에서 0.8%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2.0%에서 1.3%로 각각 인하됐다. 지난해에는 카드 수수료 혜택을 받는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의 기준을 각각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완화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오는 31일부터는 카드사가 밴(VAN·결제대행사)에 지급하는 밴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는 방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정해진 밴수수료를 내는 정액제와 비교해 밴수수료 정률제는 구매 금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정률제가 시행되면 일반음식점이나 편의점, 슈퍼마켓, 제과점, 약국, 정육점 등 골목상권의 가맹점을 중심으로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여신금융협회 등 관계기관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연내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수수료를 또 낮추겠다는 게 수수료 개편 방안의 골자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카드수수료 추가 할인 등을 통해 소상공인 경영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카드가맹점 대금 지급 시한을 결제일 '2일 뒤'에서 '1일 뒤'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금 지급 시한이 당겨지면 가맹점 매출전표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해 오류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결제대금에 관계없이 카드결제를 의무화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도 검토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려운 소상공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드사도 지금까지 할 만큼 했다”며 “소상공인이 어려울 때마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강요당하면서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카드생태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며 관련 업계 종사자도 많다. 이들이 반복되는 수수료 인하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불똥을 카드업계가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