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단단히 꼬이고 접혀 있다가 필요한 부분을 느슨하게 펴서 유전정보를 발현한다. 타고난 DNA 염기서열 이상과 관계없이 후천적으로 DNA의 3차원 입체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유전정보 발현 양상이 달라져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김영조(사진) 순천향대 교수와 샤오빈 젱·이쉬안 젱 미국 카네기연구소 박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DNA 염기서열의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요인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의 핵막에 존재하는 단백질 ‘라민’이 DNA의 특정 부위가 팽창하거나 핵막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억제해 DNA 염기서열 3차원 구조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라민이 없는 세포의 경우 DNA 염기서열 특정 부위의 3차원 구조가 변형될 수 있다. 이 때 해당 부위의 유전자들은 비정상적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라민은 프로제리아성 조로증, 근이영양증, 지방이영양증 등을 비롯한 다양한 유전성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는 미진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이같은 유전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DNA 3차원 구조 형성에서 핵막 단백질의 역할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라며 “향후 노화와 퇴행성 질환에서의 라민과 유전체 3차원 구조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신개념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포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 온라인판으로 공개됐으며, 9월 6일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