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을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에 분담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골자는 대기업은 하도급 대금을 올려주고, 프랜차이즈 본사엔 가맹금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맹점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며 "하반기 200개 대형 가맹본부와 1만2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 조사를 실시해 법 위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외식업, 편의점 분야 6개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지난주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며 "가맹 사업과 무관한 물품을 구입하도록 강요하거나 광고·판촉 비용을 전가한 적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가맹점協 "5인 미만 사업장엔 최저임금 차등 적용해야" -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으로 편의점 영업이 어려워지는 만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법을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면서 소상공인 대책이 급히 추가됐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반발이 확산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을 달랠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 지역 대학교수(행정학) A씨는 "정부 부처가 역할을 분담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에 전가하는 구도를 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 가맹본부 압박 시작

올 초 공정위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점주가 본부에 가맹금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이 표준계약서 채택을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주요 업종별로 표준계약서 사용 현황을 파악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를 압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또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맹점주들은 단체를 구성해 본부와 협상할 수 있는데 본부가 이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협상에 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신고제 도입에는 공정위가 가맹점주 단체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광고·판촉 행사를 열 때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장 17일부터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 합의 없이 영업 구역을 바꿀 수 없게 된다. 공정위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적정한 영업 구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개선해 최저임금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엔 하도급 대금 인상 압박

17일부터 하도급 업체들(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원사업자(대기업)에게 하도급 대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하도급 업체가 원유·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경우만 대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인건비나 경비(전기요금·임차료)가 오르는 경우에도 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원사업자에게 증액을 요구하기 부담스러운 하도급 업체의 상황을 고려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도 요구권을 줬다. 다만 조합은 최저임금이 7% 이상 오르는 경우 등 일정 조건이 충족돼야 대신 나설 수 있다.

하도급 업체나 중기조합이 대금 인상을 요구하면 원사업자는 10일 이내에 협의에 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시정명령·과징금 등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반드시 대금을 올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원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원사업자가 대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하도급 업체와 중기조합은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며 "양측이 합의를 하면 합의한 대로 대금이 결정되지만 합의가 결렬되면 공정위로 사건이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일단 대금 조정을 요청하면 70~80%는 반영된다"고 말했다.

또 17일부터 원사업자는 하도급 업체에 원가·매출 등 경영 정보를 요구할 수 없고 전속 거래를 강요하는 것도 금지된다. 또 원사업자가 공정위 신고나 조사 협조 등을 이유로 하도급 업체에 보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게 하고, 하도급 대금 깎기, 기술 유용·유출로 한 번만 고발돼도 공공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