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출시돼 3조원대 자금을 끌어들인 코스닥벤처펀드로 인해 공모주 널뛰기가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물량 30%를 우선 배정받는 권리가 있는 대신, 운용자산의 최소 절반을 벤처기업 주식(공모주 포함)에 투자해야 한다. 펀드 입장에서는 정보가 많지 않은 다른 벤처기업보다 공모주를 사는 게 유리해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올릭스 등 지난 4월 이후 공모한 벤처기업 6개사의 공모가격이 모두 공모가밴드를 초과해 정해졌다. 기관투자가 자금이 몰리면서 상단이 뚫린 것이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50개사 중 공모가가 예상밴드를 넘어서 결정된 경우는 6개사에 그쳤다.

'흥행' 성공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상장 첫날 주가도 공모가보다 평균 76% 높은 가격(5개사 기준)에 형성됐다. 하지만 1, 2주일 뒤엔 대체로 공모가보다 소폭 높은 수준까지 주가가 밀렸다. "코스닥벤처펀드 때문에 급등락 폭만 커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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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가밴드 뚫고 상장 첫날 급등 후 기관 '매물 폭탄'에 제자리

지난 5월 말 상장한 의료기기업체 세종메디칼은 공모가가 1만5000원으로 당초 밴드(1만800~1만3700원)보다 높았다. 상장 첫날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3만7800원까지 급등했다. 상승폭이 152%였다. 하지만 이후 벤처펀드를 포함한 기관이 이 주식을 계속 팔면서 6월 29일 한때 공모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인 1만6900원까지 밀렸다. 상장 첫날 잡은 개인 입장에서는 반토막 난 셈이다.

제노레이의 공모가도 공모가밴드(1만7500~2만500원)보다 높은 2만3000원에 결정됐고, 상장 첫날 4만5900원까지 급등했다. 공모주 대비 상승률이 99.6%였다. 하지만 제노레이 또한 6월 19일 2만2150원까지 하락했다. 공모가 대비 2배 올랐다가 반토막 나면서 한때 공모가마저 밑돈 것이다.

창업투자사 SV인베스트먼트 공모가도 7000원으로 밴드(5600~6300원)보다 높았다. 첫날 9890원을 찍긴 했지만 지난 13일 공모가를 밑도는 6800원에 장을 마쳤다. 바이오기업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도 밴드(4700~5700원)보다 높은 6500원에 공모했고 1만21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6950원까지 떨어졌다.

공모주가 상장 첫날 급등했다가 하락 전환하는 것은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그 폭이 커졌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들은 상장 첫날 4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앞에 사례를 든 4개사 평균 상승률이 94%를 넘는다. 지난 12일 상장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여준 아이큐어까지 포함하면 상승률은 76%가량이다. 가장 최근 공모를 실시한 올릭스는 18일 상장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기관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참고한다"면서 "기관 경쟁률이 높게 나오면서 개인들이 더 뛰어들어 첫날 상승폭이 예년에 비해 크고, 이후 기관이 매도 공세를 벌이면서 하락 폭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공모·CB시장 '거품' 우려…"수익률 관리 어려울 것" 목소리도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또 35%는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지정이 해제된 지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해야 한다.

벤처펀드 입장에서는 자산의 절반을 코스닥 상장 초기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업 정보가 부족해 공모주를 우선적으로 담을 수밖에 없다. 공모하는 기업은 최소한 상장주관사가 실사한 기업이고,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넘을 때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벤처펀드는 공모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코스닥상장사 주식보다 전환사채(CB)에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펀드의 CB 수요가 몰려 금리 0%의 조건에 CB를 발행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모가나 CB 거품뿐 아니라,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 또한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3조원의 펀드 자금을 소화하기엔 공모시장이 작고, 공모주 외에 주로 편입하는 CB도 일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신텍 상장폐지로 일부 헤지펀드가 큰 손실을 봤다"면서 "벤처펀드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수익률 관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