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8350원…월급 기준 174만5150원
10.9% 올라…근로자 506만명 임금 올려야
"국민경제 고려한 결정"...소상공인 반발

서울 종로3가의 한 식당 주인이 하루 영업을 마치고 텅 빈 식당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2019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시간당 7530원)와 비교해 10.9% 올라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근로자 임금 중간값(가장 높은 값부터 순서를 매겼을 때 한 가운데 있는 수치 ·중위임금)의 60%를 넘어선 것이어서 그만큼 고용 등에 미치는 부작용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동결을 강하게 요구해온 소상공인연합회는 2019년도 최저임금을 수용할 수 있다며 사실상 불복 선언을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오전 4시 35분쯤 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 2019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확정했다.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5명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투표까지 갔다. 표결 결과 공익위원안의 안이 채택됐다.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209시간 근무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인상폭이 올해의 16.4%보다 줄었지만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 최저임금 상대수준, 프랑스보다 높아져

근로자 중위임금(1만3387원)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은 56.2%에서 62.3%로 크게 뛰게 됐다. 최저임금위가 발간한 ‘2019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에 나온 2017년 6월 현재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의 시간당 임금총액 중간값(1인 이상 사업체 기준)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임금 상승률을 3.8%로 가정하고 2018년 시간당 임금 중간값을 1만3387원으로 추정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집계한 최저임금 상대수준(중위 임금 대비 비율·2016년 현재)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곳은 터키(76%), 칠레(69%) 정도다. 프랑스(61%), 포르투갈(58%), 룩셈부르크(55%)보다 높게 됐다.

최저임금위는 2019년도 최저임금 심의부터 최저임금 상대수준 기준을 중위임금에서 정규직 평균임금으로 바꿨다. 류장수 위원장은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8년 38.6%에서 2019년 41.3%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저임금 근로자가 많아 임금격차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기준을 평균임금으로 바꾸었다”(김성호 부위원장)는 게 최저임금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기준을 변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중간값 대신 평균값을 사용하는 것은 인상 폭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동계가 먼저 채택했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위원 불참…공익위원 근로자위원 표결

이날 표결에는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해온 사용자위원은 전원 불참했다. 사용자위원은 13일 오후 9시 45분쯤 2019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11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안이 부결된 것에 반발해 집단 퇴장한 이후 전원회의에 불참해왔다.

근로자위원들은 2019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5.3% 높은 시간당 8680원을 수정 제시했다. 공익위원은 10.2% 높은 시간당 8300원을 제안했다. 이후 14일 오전 3시 30분쯤 시간당 83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표결 결과 공익위원안(案) 8표, 근로자위원안 6표로 공익위원안이 의결됐다. 공익위원 가운데 한 명이 근로자위원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류장수 위원장은 “근로자 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10.9% 인상안을 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감안한 추가 인상분은 1.0%포인트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강성태 한양대 교수는 “공익위원들이 각자 제시한 적정 인상율은 한 자리 숫자(10% 미만)에서 두 자릿수 초반대까지 다양했다”며 “경영계가 협상에 진지하게 임했다면 다른 결과를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표결 직후 “최저임금 결정이 지연될 경우 사용자위원이 복귀해 훨씬 낮을 인상률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표결에 동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존폐의 기로에 설 것”이라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소상공인들이 받는 악영향을 고려해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숙박 및 음식점업, 근로자 62.1% 임금 올려야

내년 최저임금이 10.9% 오르면서 전체 근로자의 25.0%에 달하는 506만2000명의 임금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를 올릴 여력이 없는 사업체의 경우 고용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조정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2019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할 경우 전체 근로자 가운데 25.0%(경제활동부가조사 기준)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의 현재 임금이 내년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6월 근로자수 2024만6000명을 기준으로 26.7%에 해당하는 근로자수는 506만2000명에 달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력을 평가하기 위해 ‘최저임금 영향률’을 추정한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어 임금이나 고용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직접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업종별로 보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숙박 및 음식점업’의 영향률은 62.1%, ‘농업, 임업 및 어업’의 영향률은 59.9%, ‘사업지원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은 40.3%, ‘도매 및 소매업’은 37.3%에 달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근로자 중 5분의 3 이상의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춰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업종들에서 고용조정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1~4인 영세 사업체의 영향률은 51.8%로 추정됐다. 5~9인 사업체는 33.7%였다. 영세 사업체가 집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분석에는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한 개정 최저임금법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 자료에 따르면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영향률이 2%p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