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핵심 바이오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금융 당국의 검찰 고발 등 중징계 영향으로 13일 6% 이상 급락했다. 전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미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바이오로직스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의 지배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며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등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증선위는 또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혐의에 대해 다시 감리(회계장부 검사)할 것을 명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분식 회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증권가에선 "당분간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분식 회계 논란에 시가총액 12조원 이상 증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종가 대비 6.29% 하락한 40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연고점을 찍었던 4월 11일 38조6403억원에서 13일 26조5983억원으로 12조원 이상 증발했다.

연초 이후 승승장구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5월 1일 금감원이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공개하자 사흘 새 30% 이상 폭락했다가 다소 반등하기도 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12일엔 증선위가 고의로 공시 누락을 했다고 장 마감 후에 중징계를 발표하자, 시간외 거래(오후 4~6시)에서 가격제한폭(-9.91%)까지 떨어진 38만6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13일 장중 주가는 시간외 거래 때 하락 폭을 회복해서 6%대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는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분식 회계로 검찰 고발이 되고 분식 규모가 자기자본의 2.5%를 넘을 경우 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를 벌이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증선위는 회계장부 주석에 공시를 하지 않은 사실만 지적했다. 당기순이익이나 자기자본 등의 분식은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병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폐지만 아니라면 과징금을 수십억원 부과받는다 하더라도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은 희박"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다시 심리를 벌여 가져온 결과에 따라 고의 분식 회계로 최종 결론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 당시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던 금감원도 소송 대상으로 삼을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분식 회계로 결론 나도 상장 폐지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식 회계로 결론이 났지만 상장폐지 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 등 전례가 있다"며 "거래소가 상장 폐지를 심사할 때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선위로부터 재감리 명령을 받은 금감원은 이날 "증선위가 2개월에 걸쳐 심사숙고해 결정한 내용에 대해 존중한다"며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새로운 감리 결과를 증선위에 제출하고, 증선위가 이를 다시 심의하려면 최소 1~2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