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 새벽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꺾으면서, 고대(?)했던 잉글랜드와 프랑스 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무산됐다. 잉글랜드(영국)와 프랑스는 1337년부터 1453년까지 100년 넘게 실제로 전쟁했던 앙숙이다. 필드 위에서 90분간 전쟁이 펼쳐지는가 했는데 아쉽게 됐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번 대결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사실 결승전까지 올라간 것만 해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낸 것인데, 만약 결승에서 졌으면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두나라간 축구는 축구가 아니라 전쟁이다. 전례도 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맞붙었다. 당시 잉글랜드 응원단은 경기 도중에 프랑스의 국조인 수탉 한마리를 잡아다가 프랑스 골문 뒤쪽에다 피를 뿌리는 일을 저질렀다. 잉글랜드 응원단은 동물협회, 프랑스 측의 항의에 대해 "억울하면 너희도 (영국의 상징인) 사자를 죽여라"라고 했다. 경기는 잉글랜드의 3대 1 승리로 끝났다.

때로는 전쟁 이상으로 치열한 것이 축구지만, 그래도 열성팬이 아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축구장 위 전쟁터에서 지는 것이 낫다. 잔디밭 위에서 처참하게 뒹군다고 해도, 미·중 무역전쟁처럼 당장 국민 지갑을 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전날에도 미·중은 서로를 향해 보복을 예고했고,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2280까지 후퇴했다. 밤사이 뉴욕 증시 또한 0.5~0.9%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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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도 증시는 무역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만 하더라도 장 초반 1% 넘게 하락해 2262를 터치했다가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한 것을 보면, '말싸움' 정도는 견뎌낼 수 있을 듯하다.

문제는 국내 경기다. 최근 증시 부진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증권가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면 미·중 무역분쟁보다 한국 경기 부진이 더 문제라는 얘기를 통화 말미에 하는 전문가가 많다. 무역분쟁은 결국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노이즈'인 반면, 한국 경기 부진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금리를 계속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물가나 고용이나 다 좋지 않다. 빚 부담에 허덕대는 가계로 눈을 돌려보면, 금리를 올리기 만만치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오늘(12일)은 금통위가 열린다. 대부분 만장일치 금리동결을 예상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74개 기관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89%가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한 시장 참여자는 "금리동결이 확실시되는데, 금통위가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지표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이슈는 앞으로도 많다. 특히 오는 14일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저임금 10% 이상 인상이 결정되면 하반기 금리 동결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이고, 여기서 10% 더 오르면 8280원이 된다. 앞서 열린 회의에서 노동자위원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790원을 제시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확대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양측 전면전은 물론이고,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