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수출, 내수, 고용 동반 부진’이라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고용쇼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취업자수 증가폭은 10만6000명에 그쳐 5개월 연속 증가폭이 10만명 안팎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다.

올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16.4%)여파로 서비스업의 고용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동차 조선 등 구조조정 장기화와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제조업 취업자도 석달째 뒷걸음질쳤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건설업의 경우도 정부의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에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 추세에 있다.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해 만드는 일자리(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만 늘었다.

고용쇼크가 장기화하면 소비 위축을 가중시켜 가뜩이나 흔들리는 내수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수출의 경우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수출 내수 고용이 모두 악순환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고용쇼크 장기화...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모두 부진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제조업 취업자수가 전년동월대비 12만6000명 급감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10만명 이상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16만5000명) 이후 1년 5개월만이다. 올들어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1월 10만6000명 증가한 이후 줄곧 내리막 길이다. 2, 3월 증가폭이 1만명대로 뚝 떨어지더니 4월부터 6월까지 석달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업종과 경기 위축 영향을 받는 의복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 부진이 제조업 고용 위축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지난 3월 7.6%(전월비) 줄어든 이후 석달 연속 감소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인 특수산업용 기계 수주 증가율,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 기계류 수입액 등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 당분간 설비투자가 증가세를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제조업 경기가 더욱 위축되고,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 또한 취업자수 증가폭이 1만명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5월(4000명)에 비해 다소 회복됐지만 지난해 연 평균 11만8000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일자리 창출력이 10분의 1토막 났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여파로 신규 주택 착공 건수 감소 등 건설업 경기가 위축된 결과다. KDI에 따르면 지난 1~5월 주택 착공은 19만7000호에 그쳐 같은 기간 주택준공 건수(24만5000호)보다 적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착공건수가 준공 건수를 밑도는 것은 신규주택 공급이 굉장히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각종 규제 강화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설업계가 신규 사업을 자제하고 있고, 이로인해 건설업의 고용 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쇼크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 및 음식 숙박업 취업자는 3만1000명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 미·중 무역전쟁 여파…내수·수출 동반침체 가능성도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일자리의 동반 부진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그나마 경기를 받쳐주던 수출도 최근들어 미중 무역분쟁 등 주변 여건 악화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조선DB

지난해 3%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수출의 증가세가 최근 크게 둔화됐다. 17개월간 증가세를 이어가던 수출은 지난 4월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5월에 반등했지만 6월에는 다시 소폭 줄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대외 통상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주요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도미노처럼 확산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상품 수입을 10% 줄이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282억6천만달러(약 31조5천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중 수출 규모의 19.9%에 달하는 수준이다.

◇ 3% 성장 불투명…”정책 전환 서둘러야”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3% 성장이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고 진단한다. 고용 대란으로 인한 내수 부진과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로 하반기 경기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수가 감소한 것은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연관지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여기에 통상환경 불안까지 겹칠 경우 수출이 갑작스럽게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질 경우 3% 성장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간당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등 정부의 친(親)노동 편향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고용 쇼크로 비롯된 경기부진을 탈출 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의 투자 걸림돌을 제거하고, 규제 일변도인 부동산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민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정부의 규제혁신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신사업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어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규제일변도의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이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에 건설업 또한 과거처럼 대규모 고용을 일으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안정적인 민간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경제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등 현재 정책기조를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